'서른인데 벌써 조로증이냐'
'서른인데 벌써 조로증이냐'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2.03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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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30대를 위한 언니의 독설

[북데일리] 찰나의 공감으로 수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두드렸던 스피치의 여왕. 독설 강연의 주인공 김미경 씨의 책<언니의 독설>(21세기북스.2012)이 몇 달째 고공행진중이다. 거침없는 발언이 기분 나쁠만한데 묘하게 매력적인 그녀의 강연이 책으로 담겨 후폭풍몰이를 하는 중이다.

책에는 여러 강연에서 이미 선보였던 주제들이 등장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새로운 이야기들이 있다. 책은 ‘꿈, 일, 사랑, 가족, 돈’을 주제로 이야기를 쏟아낸다. 하우스 푸어니 깡통 주택이니 막막한 신종어만 탄생하는 지금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네 나이에 집 사면, 그게 자본주의니?’

첫 마디부터 앞뒤 구별 없이 세게 내리친다. 문제점부터 지적하고 시작하니 첫 장부터 왠지 모를 주눅이 들지만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책은 30대 여자들이 몽땅 조로증에 걸렸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한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 데에는 다음과 같은 상황이 있었다.

저자는 한 30대 여성과 상담을 했다. 그녀는 서른다섯인데도 아직 집이 없다며 한탄했다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집 못 사는 건 정상이라 설명한다. 여자 혼자 한 달에 200만 원 벌어서 7년 만에 집을 못사는 건 불 보듯 훤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암암리에 이런 강박을 가지고 있다. 왜 그럴까. 이에 책은 두 가지 진단을 내렸다.

하나는 이제 직장생활 시작한지 5~6년 밖에 되지 않은 여성들이 자신이 대단한 커리우먼이라고 착각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30대 커리어우먼들의 왜곡된 모습 때문이다. 이런 착각 아래 남자들이 40대 중반에나 이루는 일을 30대 중반에 이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는 이야기다. 이에 저자는 자신도 10년을 일했지만 14평짜리 연립주택에 살았던 20~30대 시절의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사실 나도 그랬어. 스물세 살부터 서른세 살까지 10년을 일했는데 뭐 하나 이루어놓은 게 없었거든. 서른세 살 때 나는 북가좌동의 14평짜리 연립주택 꼭대기에 살았어. 꼭대기 층이니까 열이 막 내려오잖아. 그럼 여름에 더워서 환장하는 거야. 밤마다 코딱지만 한 목욕탕 타일 바닥 위에 얇은 이불 깔고 잤어. 내 30대도 그랬다고.” -20쪽

그녀는 인생의 진정한 승부의 갈림길은 서른다섯 살부터 10년 동안 숙성과정을 거쳐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10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돈과 명예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어 진정 화려하게 사는 시기는 45세부터 55세까지라 강조했다. 특히 ‘흔들리는 30대 ‘직업 객사’하지 마라’는 인상적이다. 저자가 말하는 직업 객사란 이런 것이다.

3년 간 피부과 간호사로 베테랑이 된 여성이 불현듯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떠난다거나, 방송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일이 힘들고 커리어가 안 쌓일 것 같다는 이유로 일을 그만두고 여기저기 전전하는 현상이다. 책에 따르면 매일 반복하는 일이 대충 해도 잘하게 될 때, 방향감각을 잃고 헤매기 시작하다 죄다 필리핀이나 호주로 떠난다는 것이다.

책은 영어를 배우더라도 없는 시간을 쪼개며 긴장감 있게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30대가 되어 자칫 섣불리 재취업을 하려다 보면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 객사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에 ‘멈추지 말고 뛰면서 생각하라’는 대안을 내놓았다. 자기가 처한 현장에서 다음을 위한 철저한 계획을 세우라는 말이다. 책은 이처럼 현실을 꼬집고 긴장감을 주며 삶에 노련하게 대응하라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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