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시- 승인불가]힐링의 섬, 제주의 속살을 보다
[예시- 승인불가]힐링의 섬, 제주의 속살을 보다
  • 정지은 기자
  • 승인 2012.11.26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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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산간 광활한 초원에는 눈을 흐리게 하는 색깔이 없다.귀를 멀게 하는 난잡한 소리도 없다. 코를 막히게 하는 역겨운 냄새도 없다. 입맛을 상하게 하는 잡다한 맛도 없다.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그 어떤 것도 없다. 나는 그런 중산간 초원과 오름을 사랑한다. 눈으로 보아도 보이지 않고, 귀로 들어도 들리지 않고,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는 것.

형상도 없는데 사람을 황홀하게 하는 그 무엇이 중산간 광활한 초원에 존재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최고의 것은, 사람을 황홀하게 하는 그 무엇이다. 그것을 깨닫기 위해 나는 중산간을 떠나지 못한다.

눈에 보이지 않으나 분명히 존재하는 영원한 것을 이곳에서 깨달으려 한다. 말할 수 없으나 느낄 수 있고, 보이지 않으나 느낄 수 있는, 사람을 황홀하게 하는 신비로움을 찾으려 한다. 자연 속에 묻혀 지내며 마음을 씻고 닦아 모두를 사랑하려 한다.

눈에 보이는 것은 영원할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느끼고 확인하고 싶다. 

안개가 일순간에 섬을 뒤덮는다. 하늘도, 바다도, 오름도, 초원도 없어진다. 대지의 호흡을 느낀다. 풀꽃 향기에 가슴이 뛴다. 안개의 촉감을 느끼다 보면 숨이 가빠온다. 살아 있다는 기쁨에 감사한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도, 끼니 걱정도 사라진다.

곰팡이 피어가는 필름 생각도, 홀로 지내는 외로움도 잊는다. 촉촉이 내 몸 속으로 안개가 녹아내린다.숨이 꽉꽉 막히는 흥분에 가쁜 숨을 몰아쉰다. 자연에 묻혀 지내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이 기쁨.

그래서 나는 자연을 떠나지 못한다. 오르가슴을 느끼는 이 순간만큼은 아무 것도 부족하지 않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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