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의 '키스'는 상대는 흡혈귀?
클림트의 '키스'는 상대는 흡혈귀?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1.16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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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해석으로 명작을 탐한 책

[북데일리] 서양화가 한 분이 이런 말을 했다. “20세기 미술이 자아의 발산이었다면, 21세기 미술은 ‘치유가’되어야 한다.” 진실로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다. / “‘향유의 민족문화’, ‘그들만의 리그’를 깨고 싶었다. ‘고급문화’라는 이상한 울타리를 쳐놓고 자기들만의 영역인 양, 들어가기만 하면 으르렁거리는 문화가 한마디로 나는 꼴 보기 싫었다.” -12쪽, 17쪽

<명작 스캔들>(페이퍼스토리.2012)의 글을 담당하고 기획을 맡은 이들의 말이다. 한마디로 명작에 대한 향유를 일부 지식인들 것이 아닌 대중들의 것으로 전환 시키고 싶다는 말이다.

헌데, 명작에 스캔들이라니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명작’이 우리에게 주는 느낌은 ‘범접할 수 없는 고매한?’ 영역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스캔들이라니. 기획자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생각하는 스캔들의 의미는 다르다. 한 시대의 명작으로 평가받는 작품들은 당대의 상식을 넘어 기존 틀을 깨는 작업을 통해 진보해왔다. <명작 스캔들>은 이 상식의 틀을 깨는 순간을 ‘스캔들’로 포착하고자 했던 것이다.”-13쪽

얼마나 대단한 순간을 포착했는지 궁금해진다. 목차에 실려 있는 ‘반전’ 제목들이 눈에 들어온다. ‘<예스터데이>가 비틀즈 해체 후 싱글로 발매되었다?’, ‘마네의 <올랭피아> 속 매춘부는 사실 화가였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불면증 치료제였다?’, ‘오페라<카르멘>에는 죽음의 저주가 있다?’ 등.

하나같이 물음표가 달려 있으니 그렇다는 건지 아닌 건지. 이쯤 되면 손길이 바빠질 법하다. 책의 후반부에 눈에 띄는 그림이 있다. 바로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다. 책은 이 작품이 흡혈귀의 습격이라 표현했다. 그 까닭은 클림트가 활동했던 19세기 말 오스트리아에 불었던 흡혈귀 열풍 때문이라고. 다음은 이와 관련된 설명이다.

‘당시 발표된 소설<드라큘라>를 필두로 각종 흡혈귀는 세기말 유럽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일본의 미술평론가 긴 시로는, 클림트에게 영향을 미친 문학, 미술, 회가들의 작품을 보면 <키스>가 낭만적인 키스 장면을 그린 것이 아니라 흡혈귀가 처녀를 덮치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292쪽

즉, 처녀는 키스를 통해 일단 여자가 되면 그 후에는 생물적인 숙명을 완수하는 방향으로 나가기 때문에 여자라기보다 때로는 명백하게 흡혈귀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꿈보다 해몽인 듯도 하다.

사실 클림트의 <키스>는 미술사에서도 좀처럼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 그림 중 하나다. 일반인들이 아무런 배경정보 없이 봤을 때, 아름다움과 화려함에 매료되기 십상인데 미술사적 입장은 다르다. 책에 따르면 지극히 ‘성적’인 모티브가 있다는 해석이 새롭게 나오고 있다.

이어 클림트의 생에도 함께 보여준다. 평생 혼인하지 않고 살았던 클림트에게 영적인 뮤즈가 있었으니 ‘미디’라는 애칭의 에밀리 플뢰게다. 클림트의 작품 곳곳에서 모델로 나오는 여인이 바로 그녀다. 클림트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다급하게 남겼던 말도 ‘미디를 오라고 해!’였다고 한다.

책은 이처럼 명작이 우리에게 주는 잔상을 넘어, 작품 속에 감춰진 사연들을 진실과 상징성에 기초해 탐구한다. 그럼에도 전혀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다. 특히 책과 동명의 TV 프로그램으로 먼저 방영된 만큼, 각장의 앞에 실린 MC들의 구수한 입담이 이를 더 쉽고 즐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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