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색스의 신작 '투병일기'
올리버 색스의 신작 '투병일기'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1.16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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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다리 다친 경험 토대로 쓴 기록

[북데일리] 어떤 의사가 자신의 병상 일기를 이렇게 꼼꼼하게 작성할까.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알마.2012)는 신경과 전문의 출신인 올리버 색스의 신작이다. 이미 <깨어남>,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등 다수의 책으로 알려진 작가다. 이 책은 그가 사고로 다리 신경을 다친 경험을 바탕으로 쓴 병상기록이다.

평생 의사였던 저자는 어느 날 산행을 한다. 책에 따르면 가벼운 마음으로 올랐던 그는 산에서 난데없이 나타난 황소와 조우한다. 순간 패닉상태에 빠진 그는 줄행랑을 치며 달아나다 넘어지고 말았다.

사고 ‘이전’과 ‘이후’의 기억만 있을 뿐 그는 그 순간을 분명 경험했음에도 기억이 나지 않는 상태를 자신의 환자들의 경우와 비교한다. 그리고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직업병적 자가진단은 웃음을 유발한다.

“무릎이 전혀 움직이지 않아요, 여러분. 엉덩이도 움직이지 않고…. 네갈래근 전체가 무릎뼈에서 찢겨 나간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하니만 찢어진 근육이 수축하지는 않았어요.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는 걸로 봐서 신경도 다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중략) 그래요, 아주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20쪽~21쪽

이렇듯 한참을 주절거리다 진단의 대상이 자신임을 인식한다. 그는 평생 그토록 외롭고 고독하고 쓸쓸한 적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렇게 심각한 부상을 입었는데 어떻게 빠져나왔을까. 책은 그가 가진 특이한 버릇이 그를 구원해주었다고 말한다. 바로 우산을 항상 휴대하는 습관이다.

산길을 오르며 지팡이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던 우산을 다리부목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죽음의 공포를 넘기길 수차례 마침내 순록 사냥꾼 부자에게 도움을 받는다. 이렇게 의사인 저자는 환자가 된다. 책은 이후 펼쳐지는 복잡미묘한 감정을 재미있게 담았다.

의사가 아니라 환자로 병상에 누워 환자의 입장을 경험하게 된 것. 무엇보다 그를 극도의 불안감으로 몰아넣은 건 다리에 아무런 느낌이 없는 증상이었다. 아무리 의사일지라도 ‘평생 이렇게 살게 되면 어쩌나’하는 두려움이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었을 터.

책은 신경과 전문의가 써서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예술이나 종교를 통해 위안을 얻는 부분이나, 의사로서 갖고 있었던 지식이 아무런 쓸모도 없는 것 같다는 고백은 진솔하게 다가온다.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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