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미운오리 신세’ SK해운 매각나서
SK그룹, ‘미운오리 신세’ SK해운 매각나서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8.10.0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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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일감 두둑히 확보해도...실적 악화에 공정위 규제 칼날까지"
SK그룹이 해운 계열사인 SK해운의 매각을 두고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K그룹이 해운 계열사인 SK해운의 매각을 두고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SK그룹이 해운업에서 36년 만에 철수할 준비를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SK해운을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로 하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한앤컴퍼니는 SK해운이 발행할 신주를 사들이는 방식을 검토 중이며, 신주 발행 규모는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한앤컴퍼니는 SK해운의 지분을 최대 90% 가까이 확보하면서 기존 최대주주인 SK㈜에는 소수 지분만 남게 된다. 매각이 완료되면 SK그룹이 1982년 유공해운을 설립하며 해운업을 시작한 지 36년 만에 물러나게 되는 셈이다.

■ ‘미운오리 신세’ SK해운, 업계 불황에 실적악화

SK해운은 사실상 SK그룹에서는 미운오리 신세다. 그룹 차원에서 관리에 들어갔음에도 업계 불황으로 좀처럼 부실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SK그룹이 1980년 인수한 대한석유공사에 원유의 안정적 공급을 목적으로 설립된 유공해운은 2000년대 초중반까지 해운업 호황을 거치며 꾸준히 성장해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에 이어 국내 4위 해운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황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자본잠식에 빠지게 됐다.

이에 SK그룹은 SK해운이 선박을 도입할 때 연대보증을 서는 방식으로 SK해운을 지원해왔다. 선제적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지난해 4월 존속법인과 우량자산을 보유한 신설법인으로 분할하면서 선박 10척을 매각하고, 적자 장기용선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올해부터 SK해운은 벌크선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떼는 대신 SK그룹 계열사 물량인 석유와 가스 운송을 위한 탱커선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룹 의존도를 높여서라도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실적을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SK해운의 올해 기준 상반기 매출 8040억원, 영업이익 477억원의 실적을 거뒀으나, 금융비용 부담 탓에 결과적으로 200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2391%에 이른다. 차입금은 4조4000억원에 달하며, 이 중 1조원은 당장 내년 상반기까지 갚아야한다.

차입금 규모가 축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SK해운의 신용등급이 BBB+까지 떨어졌다. 덩달아 모회사인 SK㈜의 지원 부담도 커지게 된 셈이다.

■ ‘일감 몰아주기’ 규제 발목...에이치라인해운 합병에 가닥

실적악화 뿐 아니라 SK해운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 사정권 안에 든 것도 매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달 총수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뿐 아니라 이 회사가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자회사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내놨다.

이 경우 SK해운도 규제 대상에 포함돼 작년 기준 매출의 34% 수준인 내부 거래 비중을 줄여야 한다.

현재 SK해운 대주주는 SK㈜로 지분 57.22%를 보유하고 있으며, SK㈜는 최태원 회장이 2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SK해운이 한앤컴퍼니를 새 주인으로 맞이하게 된다면 에이치라인해운과 합병될 공산이 클 것으로 보고있다.

국내 기업과 장기전용선 중심인 에이치라인해운이 SK해운과 합병 될 경우 LNG 운송과 더불어 원유 및 관련 정제제품 운송까지 발을 넓혀 사업이 다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SK해운은 그룹 내 일감을 수주하며 근근이 버텨왔지만, 해운업 전반의 장기적 불황에 부채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며 “SK그룹으로선 부진한 계열사를 정리하면서 승부수를 띄운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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