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에 혼인해야 하는 인도 소녀
12살에 혼인해야 하는 인도 소녀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1.02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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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책

[북데일리] 물질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아이, 어른 구별할 것 없이 ‘감사’의 감정을 잊고 지낸다. 물질과 소유의 집착은 사람들의 분별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흉흉한 사건 사고들이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경우가 아닐까.

이런 메마른 정서 위에 자라는 아이들에게 다르게 사는 지구촌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기회가 생겼다. <지구촌 아이들>(담푸스.2012)는 세계 곳곳에 있는 아이들의 처지를 이야기로 생생하게 들려준다.

그 가운데 어린이들의 시선으로 자신의 삶을 너무 덤덤하게 그린 ‘베치르의 지하동굴집’은 무척 인상적이다. 튀니지에서 살고 있는 주인공 베치르는 아빠를 도와 관광객이 낙타를 타고 마을을 구경하는 걸 돕는다.

베치르는 바위에 구멍을 뚫어 집을 만든 지하동굴집에서 산다. 마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광객들에게 자신의 삶을 보여주고 돈을 받는다.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이야기는 담담하지만 이를 통해 느껴지는 사실의 이면은 안타깝다.

베치르는 바짝 마른 마을에 식물도 거의 자라나지 않는 곳을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아빠는 이렇게 대답한다.

“관광객들은 자기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보기 위해 여행하는 거란다. 가진 것이 거의 없는 우리를 보면서 자신이 누리고 있는 행운에 위안을 받기도 하지.” -25쪽

아빠의 대답은 독자를 불편하게 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자신보다 불행한 사람을 보며 위안을 얻는 것은 사람들 공통적인 속성이 아닌가. 자신들의 사생활을 팔아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어 ‘삐쩍 마른 새신랑’에 등장하는 메이는 인도 사람이다. 관습에 따라 열두 살에 혼례를 올리고 3년이라는 유예기간 동안 부모님과 함께 지냈다. 장차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메이는 시댁으로 들어가야 할 시기를 앞두고 넓은 세상으로 나갈 결심을 했다.

그렇게 어려운 결심을 하고 인도에서 도망쳐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바르셀로나로 왔다. 힘겹게 떠나 왔지만 아직 체류증이 없어 경찰을 피해 다니는 처지다. 책에 따르면 12살 어린 나이에 결혼하는 것은 인도에서도 불법이지만 관습으로 여겨지며 비일비재하게 행해진다.

자신의 꿈조차 펼칠 수 없고 어떤 일도 마음 놓고 할 수 없는 한 소녀의 이야기다. 책은 이를 통해 사회 관습이 개인에게 얼마나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고민거리를 던진다. 책은 사회문제라는 무거운 소재들을 다양한 배경과 인물들로 담아냈다. 책 속 다양한 이야기들은 어린 독자들에게 삶에 대한 시야를 넓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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