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입취재 통해 구직현실 고발해
잠입취재 통해 구직현실 고발해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0.31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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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밀림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북데일리]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할 거라는 막연한 동경심을 갖게 하는 ‘화이트칼라’는 기술집약적 직업인 ‘블루칼라’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이들에게도 점차 취업난이라는 검은 그림자기 드리워졌다. 신간<희망의 배신>(부키.2012)은 화이트칼라의 구직난을 통해 중산층의 쓸쓸한 초상을 대변했다.

이 책은<노동의 배신>이후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집필한 배신 시리즈의 완결판격인 책이다. <노동의 배신>이 저소득층의 노동을 고발했다면 <희망의 배신>은 몰락해가는 화이트칼라를 ‘구직활동’으로 면밀히 파고들었다.

책에 따르면 작가는 집필을 위해 또 다시 잠입취재에 들어간다. 치밀한 구상과 계획을 짜면서도 저소득층의 삶을 대변하기위해 일했던 시간에 비해 어렵지 않을 거라 자신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밝혔다. ‘결과적으로 내 생각은 모든 면에서 빗나갔다.’ 그만큼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구직활동을 통해 그는 기업 안으로 들어가고자 했다. 첫 번째 단계로 구직과 관련해 코칭을 받는다. 세 명의 코치들은 저마다 취업에 필요한 노하우를 전수했다. 그 가운데 작가가 경험한 이력서 쓰기 부분은 꽤 흥미로웠다.

“우선 이력서에서 ‘나는’, ‘나의’ 같은 표현을 없애라고 했다. 지적을 받고 보니 그런 표현이 기묘하고 겉돈다는 점이 내 눈에도 보였다. 마치 보이지 않는 타자가 내 삶을 살아온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또 활동을 더 작게 쪼개어 기술하라고 했다.”-42쪽

이어, 이력서를 쓰기 위해서 분량도 중요하지만 일과 관련된 유행어를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책은 보다 심층적인 취재로 들어간다. 화이트컬러의 구직활동을 생생하게 알기 위해 취업 박람회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서 만난 구직자들의 고뇌와 심리는 우리사회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다음은 취업박람회에서 겪은 일이다.

“별안간 테드가 눈물을 터뜨렸다. 정리해고를 당하고 몇 달 동안이나 해고 사실을 숨긴 이웃에 관한 얘기였던 것 같다.(중략) 테드의 눈물로 한 가지만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오늘날 기업 세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어떤 식으로 단물을 빨아먹고 내뱉는지 모르지만 그런 것들이 사람을 망가뜨린다는 것이다.” -70쪽

이렇듯 작가가 구직활동 가운데 만난 몇몇 구직자들은 화이트컬러임에도 사용되고 버려지는 아픔이 있었다. 안타까운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책은 구직자는 상품화 되어가고 있으며, 가치기준에 의해 팔릴만한 물건이 되기 위해서는 ‘가면’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토로했다. 기업의 맞춤형 상품이 되어야 구직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또한 <해고당했다! 지금까지 겪은 일 중 최고다>의 한 대목과 <뉴욕타임즈>의 보도 내용을 빌려 구직의 어려운 현실을 드러냈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은 오전 9시부터 오후5시까지 일하는 사치를 누린다. 하지만 직장을 찾으려는 사람은 구직에 12~16시간씩 투자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65족

“구직은 데이트와 비슷하면서도 더 힘들다. 절대 걸려 오지 않을 구혼자의 전화를 기다리며 전화기 옆을 떠나지 못한다. 구직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 아무 것도 아닌 존재가 된 것 같은 심정이 된다. 쾅쾅 두들기며 목청껏 소리를 질러도 눈앞의 문은 요지부동 열리지 않는다.” -214쪽~215쪽

작가는 기업이 원하는 대로 이력서를 고치고 분량을 늘리고, 외모를 가꾸고 심지어 태도까지 고분고분하게 바꾼다. 면접관에게 잘 보인 덕분에 구직에 성공하지만 실상은 녹녹치 않았다.

책은 기업의 도구가 되어 자신의 권리조차 주장하지 못하게 조장하는 기업 문화를 체험을 통해 보여준다. 구직에 성공한 사람은 기업 안에서 죽어가는 기업의 ‘물건’으로 전락하는 문제를 고발하며, 화이트칼라의 실업문제를 잠입취재를 통해 생생하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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