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별아도 한때 가출해
소설가 김별아도 한때 가출해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0.30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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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의 작가가 전하는 삶의 메시지

[북데일리] ‘잡설, 독설, 객설이 범람하는 세상에서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기보다 무슨 말을 하지 말아야 할까를 고민했다. 내 깜냥이 닿는 한도에서 정직하게, 폼 잡지 않고 할 수 있는 말만 하려 애썼다.’ -작가의 말

<미실>로 유명한 작가 김별아의 삶이 책<삶은 홀수다>(한겨레출판.2012)로 출간됐다. 이 책은 2009년부터 최근까지 연재했던 칼럼을 비롯해 몇몇 신문 지면을 통해 발표됐던 글을 모아 엮은 것이다. 그녀의 삶의 자락과 사유, 그리고 당시 화제들이 버무려져 있다.

작가의 말을 통해서도 밝혔듯이 책은 그녀의 정직한 산문집이다. 먼저 배운 것을 공유하고자 했던 한 소설가의 사담이랄까. 신문에 실린 칼럼이라 하여 고루할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구어체의 글은 옆집 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 같다.

이에 반해 그 속에 담긴 작가의 시선은 가볍지 않다. 이를테면 교육과 관련된 그녀의 생각이 그렇다. 인터넷 게시판에 어느 학부모가 스캔해 올린, 이른바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모 초등학교의 공동생활 규칙을 보고 충격과 공포에 빠졌던 경험을 토로하며 다음과 같이 전했다.

‘3명이 모여 30초 이상 3문장 이상 이야기를 나누지만 않으면 폭력, 따돌림, 갈취가 사라질까? 전체주의 국가의 감시제도에서나 본 듯한 항목이 버젓이 ‘생활규칙’으로 초등학생들에게 제시되는, 여기가 정말 정상적인 사회인가?’-173쪽

작가는 위에 언급한 333규칙을 교육하는 사람들에게 눈곱만큼의 ‘사랑’도 없는 교육을 한다며, 이런 현실을 개탄한다. 작가의 말처럼 이 같은 실상은 어른들조차 감당키 어려운 강펀치다.

책은 작가의 경험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진솔한 격려를 전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다음은 작가가 대학 입시를 일주일 앞두고 가출한 사건을 고백하며 당시를 회상하는 대목이다.

‘곱씹어보건대 열아홉 살의 내가 저지른 돌발적인 사건들은 오직 경쟁과 억압 속에 잃어버린 나를 알고, 나를 찾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다.’-198쪽

이어 세상 속으로 첫발을 내딛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전한다. ‘성적표의 등수 따위는 잊어라. 진짜 공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허용되어 마땅한 지적 허영과 권장되어 마땅한 체험에 대한 탐욕으로 한껏 들썽들썽 걸신스럽게 공부해야 한다,’

작가가 고교 비평준화로 화제가 됐던 때 만난 수험생들을 떠올리며 전하는 메시지다. 정작 진정한 공부는 성적순이 아니며 세상 공부, 사람 공부, 인생 공부야 말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배움이라는 말이다.

<삶은 홀수다>는 사회적인 이야기와 작가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적절히 안배한 산문집이다. 작가의 반짝이는 생각과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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