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성, 벤치에 앉아 엉엉 운 사연
배한성, 벤치에 앉아 엉엉 운 사연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0.24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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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 이야기 <내 인생 후회되는 한 가지>

[북데일리] 지적이고 코믹한 목소리의 성우 배한성. 그가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자신의 굴곡진 인생에 후회되는 한 가지를 <내 인생 후회되는 한 가지>(위즈덤경향.2012)에 털어놓았다.

책에 따르면 어머니와 남동생을 중학교 때부터 책임져야 했다. 다니던 중학교를 그만 두고 생계에 뛰어들며 짬짬이 공부했지만 어렵게 진학한 상고도 중퇴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성우가 된 그가 최종학력증명서가 필요해 모교를 찾았다 울게 된 그의 절절한 이야기가 있어 소개한다.

<포스트 잇> 중학생 때부터 가장노릇을 했던 나는 어려운 일이 참 많았지만, 울었던 기억은 좀체 없다. 그랬던 내가 그날은 마구 울었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벌써 6~7년 전의 일이다.

서울예술대학교 겸임교수 임용에 최종학령증명서가 필요했다. 내가 다녔던 서라벌예술대학이 중앙대학교로 편입되어서 찾아가 서류 신청을 했다. 여직원이 서류를 내주면서 반갑다며 환영해주었다. 그러면서 “선생님 졸업을 못하셨나요? 방송학과 1학년 수료라고 되어 있네요.”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냥 “아, 네네~”만 했다.

그런데 다정도 병이라고 왜 졸업을 안 했느냐며 재수강을 신청하고 등록금을 내면 졸업할 수 있다는 설명을 해주었다. 물론 그 직원은 내가 졸업하지 않은 것이 안타까워서 좋은 뜻으로 말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긴 시간 참아왔던 내 서러움 보따리의 실오라기가 풀린 것처럼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다. 나무로 가려진 벤치에 앉아 엉엉 꺼이꺼이 울음이 마구 터져 나왔다.

친구가 빌려준 등록금 덕분에 서라벌예술대학에 입학하게 됐다. 하지만 2학년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했다. 학교에서는 등록금을 내고 중간고사, 기말고사만 보면 졸업장을 주겠다고 했지만 난 포기했다. 어려운 환경이 눈물 나도록 서러웠지만 참았다.

그런데 수십 년이 지난 그날, 참았던 눈물이 터져버린 것이다. 그 눈물의 의미는 남루한 환경에 대한 슬픔이 아니었다. 그때 어떻게 해서든 등록금을 마련해 학교를 다녔어야 했다는 아쉬움과 회한의 눈물이었다. -175쪽~178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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