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19년, 아직도 아이들에게 배운다
교사 19년, 아직도 아이들에게 배운다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0.22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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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출발점을 보여주는 책

[북데일리] 스스로에게 “제발 정신 줄 놓지 않고 선생님이란 이름값을 하며 살아라.” 외치는 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자라는 교실 속 인권나무>(우리교육.2012)을 출간했다. 책은 교사생활 19년임에도 아직 선생님이란 이름이 부끄럽다는 한 교사가 전하는 인권 메시지이자 제안서다.

“교사생활 19년 아직 나는 선생님이란 이름이 부끄럽다. 오히려 공부방에서, 교실에서 아이들이 내게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중략) 인권 교육이나 인권적인 학급 운영 등에 대해 고민한지 10년이 넘었다. 인권 교육이나 인권적 관계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들과 함께 인권 교육의 진정한 첫 걸음을 내딛고 싶다.” -여는 글 중에서

책은 인권 의식에 대한 10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일화들을 소개했다. 이를 통해 교육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저자가 10년 겪었던 학생들과의 일화는 교육의 출발점이 어디에서 시작하는지 극명하게 보여 준다.

책에 따르면 저자가 발령받았던 한 학교에 욕을 잘하는 아이가 있었다.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동료 선생님 말만으로는 전 선생님들을 울렸다는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어느 비오는 토요일 오후 그 아이는 청소당번이었다.

몰래 도망가려는 녀석을 붙잡자 저자에게 얼굴이 빨개지도록 큰소리로 욕을 한 것이다. 몇 시간에 걸친 실랑이 끝에 아이에게 욕을 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일러준다. 책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그 아이와 선생님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다.

“그런데 진이 너는 누구한테 욕을 그렇게 배운 거야?”

“음……. 아빠한테서요.” -36쪽

결국 아이들은 어른들에게서 욕을 배운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어른들의 생각이나 행동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이어 한 아이가 던진 질문을 통해 이에 대한 심각성을 전했다.

“선생님! 중국 사람은 다 나빠요? 우리 엄마가요, 우리 동네 중국 사람들이 만날 싸우고 범죄만 저질러서 우리 동네 땅값이 싸졌대요. 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다 나쁜 놈들이래요.”-37쪽

저자는 아이의 말에 숨이 막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고 토로했다. 몇 주간 수업한 내용을 한 번에 허물어뜨리는 말을 자신의 부모들에게서 듣고 있다는 점이다. 어른들이 무심코 한 이야기가 아이에게는 차별의식과 편견을 만들게 된다는 것.

책은 경제 만능주의나 경쟁 논리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어른들이 “요새 아이들은 자기만 알아. 이기적이야.”라 말하는 것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어른부터 제대로 행동하지 않으며 아이들에게 왕따 등의 문제를 거론하며 손가락질 할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아이들은 포장된 세상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행동하는 날 것 그대로의 세상을 배운다고 강조한다.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다’라는 잊혀져가는 진실이 오늘날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까. 책은 교육현장에서 일하는 선생님과 학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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