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 합류 ‘태왕사신기’의 광개토대왕
문소리 합류 ‘태왕사신기’의 광개토대왕
  • 북데일리
  • 승인 2006.01.0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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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300억원에 달하는 24부작 HD판타지 사극 `태왕사신기‘(송지나 극본, 김종학 연출)의 ’서기하‘ 역에 영화배우 문소리가 최종 확정됐다. 첫 TV출연작으로 ‘태왕사신기’를 선택한 문소리의 출연여부는 8월부터 논의됐으나 최근 합류하기로 확정했다고 알려졌다.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일대기를 담을 ‘태왕사신기’에서 문소리가 연기할 서기하라는 인물은 단군신화에서 오랜 시간을 견뎌내 여자가 된 곰과 달리, 인내가 부족했던 호랑이의 자손이다. 그 때문에 곰이 된 웅녀족에게 왕의 여자가 되는 자리를 양보하게 되는 비운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고구려에 첩자로 파견돼 광개토대왕(담덕)과 맞서는 당찬 인물이기도 하다. 알려진 스토리와 캐릭터에 따르면 서기하는 운명에 굴하지 않는 여장부다운 인물이면서도 광개토대왕에게 연정을 품은 비운의 여자다. 문소리의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선이 굵은 인물로 예상되지만, 올 10월 방영으로 잡힌 드라마의 구체적인 윤곽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광개토대왕 역할을 맡은 배용준의 출연과 최대규모의 제작비, ‘모래시계’ ‘여명의눈동자’ ‘대망’을 탄생시킨 김종학-송지나 콤비의 공동작업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태왕사신기’는 전방영분이 HD로 촬영되며 광개토대왕의 일대기를 담고 있다. 더욱이 역사적 사실을 고전사극 형태로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청룡, 백호, 주작, 현무 등 사신의 신화적인 요소를 가미한 ‘퓨전사극’으로 제작된다.

호녀족 서기하와 광개토대왕 담덕의 구체적인 관계는 베일에 가려 있지만 드라마가 단군신화를 바탕으로 고구려의 시조 동명왕 주몽이 고구려를 건국하는 시점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고려해 본다면 ‘태생’의 문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단군신화와 고구려 주몽신화는 주몽과 단군 모두 인간으로 태어났으며 하늘이 아니라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공통점을 갖지만, 출생이후 버림받는 시련을 겪는다는 점에서 고구려 시조 주몽의 역경은 단군신화와 차이가 있다. 이에 태생으로 고통 받는 호녀인 서기하에 비해 담덕은 물리적 역경을 헤쳐 나가는 인물로 그려질 것으로 예측된다.

<광개토대왕>(산하. 2005)에 의하면 광개토대왕의 아버지 고국양왕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쟁터에서 왕이 지녀야 할 용기와 지혜의 중요성을 매일 덕담에게 가르쳤다고 한다.

"우리 고구려는 북으로는 연나라, 남으로는 신라와 백제 사이에 끼어있는 나라다. 이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면 강한 왕이 되어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왕이 어리석은 판단을 하거나 실수를 하면 수많은 백성이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 아들 담덕은 나보다 더 강하고 씩씩한 왕이 되어야 한다."(본문 중)

책은 전쟁을 마치고 고구려로 돌아온 뒤 부친과 나누는 대화장면을 통해 어리지만 범상치 않은 담덕의 기개를 드러낸다.

"담덕아"

"예, 아버님"

"너는 이번 전쟁을 보고 무엇을 느꼈느냐?"

"전쟁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지. 그렇다면 우리 고구려가 왜 자꾸 이웃 나라들과 싸워야 하는지도 깨달았느냐?"

"예, 우리 고구려의 힘이 약해지면 침략하려는 나라들이 바로 옆에 있기 때문입니다"

"오냐 제대로 보았구나"

고국양왕은 이웃나라들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어린 아들 담덕을 대견해 했다. 담덕이 몇 년 동안이나 사람들을 괴롭혔던 호랑이의 심장을 정확히 관통하는 시작 부분은 서기하와 담덕의 비극적 운명을 예상케 만든다. 무예에 재능이 뛰어났고 체구 또한 남달랐던 담덕은 가까운 길을 두고 산세가 험하기로 유명한 고구려의 국내성을 달려 오르곤 했다.

"여기에 올라서면 저 멀리 북쪽의 대륙과 남쪽의 신라, 백제가 한눈에 보이는 것 같기 때문이다"

책은 실제로 보이지 않았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높은 산에 올라 신라와 백제를 상상하며 꿈을 키웠던 광개토대왕의 남다른 포부를 그린다.

저자는 담덕의 증조부였던 미천왕은 고구려를 강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다고 말한다. 미천왕이 고구려를 다스리던 시절, 남쪽으로는 백제와 신라가 고구려와 맞서고 있었고 서쪽으로는 만주에서 몽골지방에 걸쳐 선비족(후일의 연나라)가 자리 잡고 있었으며, 북쪽으로는 동부여가 고구려를 괴롭히고 있었고 동쪽으로는 연해주 지방에 읍루라는 나라와도 마주하고 있어 고구려는 적들에게 에워싸여 있는 형국이었으나 미천왕은 결코 기죽지 않았다.

저자는 고구려의 넓던 땅을 거의 잃었고 국토마저 분단되어 있는 지금의 우리를 본다면 광개토대왕이 원통해 할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으로 책을 집필했다.

‘위인이 좋아요’ 시리즈의 여덟 번째 책으로 저학년을 대상으로 만들어졌지만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서 단편소설 `선험`을 통해 등단한 저자의 필력은 광개토대왕의 생애를 정직하고 힘 있게 담아냈다. 주몽에 의해 나라가 세워진 BC 37년부터, 연개소문의 죽음과 함께 멸망하기에 이르는 서기 668년까지의 고구려 역사를 정리한 고구려사 연표를 부록을 덧붙였고 광개토대왕비에 얽힌 자세한 역사적 배경과 의의를 설명했다.

제작초반 김진의 <바람의 나라>를 표절했다는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던 ‘태왕사신기’가 광개토대왕의 위용을 어떤 모습으로 그려낼지 국내 드라마 역사상 최대 규모의 블록버스터 드라마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태왕사신기’는 현재 MBC와 방영 협의 중이다.

(사진 = 영화 `외출`의 배용준, `사과`의 문소리 스틸컷)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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