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에 추억을 부르는 음식들
단숨에 추억을 부르는 음식들
  • 한지태 기자
  • 승인 2012.10.03 2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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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요리 이야기 담아...읽다보면 군침

[북데일리] 요리 책은 맛있다. 요리법을 담은 요리 책이 아닌, 기억 그리고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요리 관련 책이 그렇다.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푸른숲. 2012)는 맛있는 책읽기 대한 기대감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일단 책 제목이 말하듯 맛은 추억을 불러온다. 운동회 날이나 소풍 같은 중요한 행사 때에 어머니가 싸준 삼단 찬합 도시락이 그것이다. 그 안에는 계란과 멸치볶음 그리고 당시엔 귀했던 어묵 같은 반찬이 있었다. 찬합이라는 단어만으로 우리는 운동회 날 햇볕을 피해 옹기종기 앉은 나무 아래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요리에 관한 책인 만큼 다양한 음식이 등장한다. 독자들은 아마 잘 모르는 병어에 대해 재발견할 다음 대목이 그중 하나다.

‘생선조림은 대개 무를 곁들이지만, 병어는 감자가 으뜸이다. 양념 잘 먹을 포슬포슬한 감자를 깔고 병어와 대파, 다진 마늘, 간장에다가 매운 고춧가루를 얹어 찐 병어조림은 정신을 아뜩하게 만든다. 보드라운 햇감자와 병어의 제철이 겹치는 건 이런 절묘한 궁합을 잉태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흥미로운 부분은 저자가 읽은 책에서 발견한 요리들과 미식 탐험을 섞은 글이다. 요리사답게 그는 책 어느 귀퉁이에 나와 있는 요리를 좇아 즐기고 있는 셈이다. 독자들은 저자를 따라, 요리라는 코드를 따라 꼬리 무는 독서를 할 수 있다. 저자는 박완서의 <그 남자네 집>을 소개하며 준치와 민어 이야기를 풀어낸다. 또한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을 통해 80년대 어느 선술집에서 먹었던 참새머리와 그곳 아낙의 술 따르는 신공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책에는 미식가들은 “맞다”고 무릎을 칠 만한 대목이 여럿이다.

‘잇몸에 들러붙는 초여름 도다리, 관상용으로 기르고 싶은 비단멍게, 반투명한 여름 오징어의 자태, 속초 바닷가 양미리 구잇집에서 눈을 찌르던 연기, 남대천에서 은거하는 은어 소금구이, 백촌 막국수의 편육, 그리고 명태 올린 냉면 먹는 법...’

아마도 ‘신 김치 넣고 끓인 삼척의 물메기 탕과 부산 기장에서 비닐 천막 구석에 앉아 굽던 붕장어’ 이야기를 들으면 입맛이 절로 다셔질 것이다. 이는 글로 척척, 맛깔스럽게 음식을 요리를 하는 저자의 내공 덕분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음처럼 근사하게 드러낸다. 책을 읽다보면 이 말을 절감할 것이다.

‘우리는 인생 앞에 놓인 수많은 맛의 강물을 건넌다. 당신 삶 앞에 놓인 강물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때로 혀가 진저리치게 신맛도 있어야 하고, 고통스러운 늪 같은 쓴맛도 결국은 인생의 밥을 짓는 데 다 필요한 법이 아닐까.’- 서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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