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찾아보면 그곳에 우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큐레이터 송한나의 뮤지엄 스토리>(2012.학고재)는 정겹고 친절하다. 유물의 전시를 통해 학습의 공간으로만 생각했던 박물관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조곤조곤 말을 걸어주기 때문이다. 특히 전쟁과 역사, 그 안에 담긴 여성의 삶을 깊게 조명했기에 더 반갑다.
책은 다양한 박물관을 통해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만든다. 그러니까 서울 마포의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파리의 <쇼아 기념관>, 베트남의 <밀라이 학살 박물관>에선 전쟁으로 인해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들의 고통과 상처를 어떻게 어루만지고 기억해야 하는지 말하는 것이다. 역사적 기록이나, 사진을 통해 사실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삶을 존중하고 명예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색다른 박물관도 있다. 크고 웅장한 건물로 만나는 박물관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마주하는 도시와 거리, 시장, 골목에 대한 이야기다. 뚝섬의 <수도 박물관>, 고래에 대해 다룬 <울산 암각화박물관>, 누구에게나 허락된 도심 한 복판의 조형 미술작품이 그것이다. 특히 죽음을 위로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주는 서울 종로의 <꼭두 박물관>은 매우 인상적이다. 어린 시절 기억 속에 남은 상여를 장식하는 꼭두가 흥미롭다.
‘세상의 모든 박물관은 나란 존재가 오늘 여기에 있게 된 과정을 담고 있다. 잘 찾아보면 그곳에 숨어 있던 내가 보인다. 세상에 나와 관련된 이야기를 누가 지루하다고 할 수 있을까. 박물관의 주인공은 유물이 아닌 인류, 곧 나다.’ 7쪽
저자는 평범한 우리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박물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박물관은 지식과 학습의 개념이 아니라 우리 삶의 일부를 만나는 친근한 공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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