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적 오리엔탈리즘 비판적 검토
일본 내적 오리엔탈리즘 비판적 검토
  • 김현태 기자
  • 승인 2012.09.07 17: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근대 일본 식민지 담론 꼼꼼히 살펴

 

[북데일리] 근대 일본 지식인의 사상 구도를 꼼꼼히 살펴 비판적으로 수용한 책이 나왔다. <내적 오리엔탈리즘 그 비판적 검토>(소명출판, 2012)가 그것이다.

지금까지 메이지기부터 쇼와기의 학문적 특징이나 사상, 인물에 대한 연구는 아주 다양하게 다루어져 왔다. 그러나 그것들이 어떻게 주변 사상들과 서로 연동하고 내적 연관관계 속에서 거대서사를 형성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연구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또한 논고의 대부분은 사상구도 자체가 가진 제국성과 그것이 서구 학문의 신탁통치에서 자유롭지 못한 일본판 내셔널리즘에 대한 비판적인 논점에 치우쳐져 있기도 하다. 이를 역으로 뒤집어 일본내부의 사상구도가 어떻게 전개되었고 제국이념을 어떻게 결정했는가 그 발명경로를 설명해주는 사례는 드물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에 출간된 <내적 오리엔탈리즘 그 비판적 검토>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책은 기타 사다키치를 비롯한 네 명의 근대 일본지식인들의 사상적 구도와 그 내적영역의 핵심적 연결고리를 찾아내고 그들의 역사적 배경과 세계관을 들여다봤다.

이들 사상가는 일본민족의 혼합론을 주창하면서 근대역사학을 재구축한 기타 사다키치, 동아시아 인류학에 지대한 공헌을 세운 인류학자 도리이 류조, 서구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고고학을 창출한 하마다 고사쿠, 상민 개념을 재구성하면서 일국민속학을 구축한 민속학 창시자 야나기타 구니오다.

이 네 지식인들은 서로 다른 외형적 차이를 가지면서도 일본을 포함하는 동아시아 이론을 재구성하며 세계적 대화를 시도했다. 다시 말해서 이 지식인들은 역사학, 인류학, 고고학, 민속학이라는 외형적 학문의 분파를 넘어 ‘학제적’ 소통을 시도했고, ‘탈’영토성과 ‘탈’국민국가라는 거대서사를 그려냈다.

책은 이들 업적이 결과적으로는 ‘천황’중심주의라는 일본 내부공동체 이데올로기를 내부와 외부로 확대시키는 ‘내적 오리엔탈리즘’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민족(인종/생활), 계급(지배자/피지배자)’을 초극하는 메타 내러티브가 아닌 내부식민자 이론의 한계였던 것이다. 참고로 내적 오리엔탈리즘이란 에드워드 사이드가 지적한 ‘잠재적 오리엔탈리즘’과 ‘명백한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사상적 레토릭에서 빌려온 개념이다.

저자는 내적 오리엔탈리즘 이론의 근거를, 이 네 명의 일본 지식인들은 서구 학문을 수용하면서 일본 내부의 차이를 넘어 민족적 융합과 소통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거의 무의식적인(그리고 불가침의)’ 확인이 감춰져 있었다는 점에서 찾았다.여기서 문제의 핵심 연결고리가 존재했음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것을 식민지지배라는 제국주의 비판을 포함하면서, 한 발 더 나아가 국민국가 내부의 식민지를 내적 오리엔탈리즘과 연결시키고자 했다.

특히 저자는 내적 오리엔탈리즘이란 내셔널리즘이나 민족주의와는 약간 다른 성격으로 보았다. 내셔널리즘이나 민족주의로 표현되는 국민국가 속에는 늘 흉악한 내면의 멍울인 차이와 배타주의적 특징을 설명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내적 오리엔탈리즘은 내부공동체에 속하면서 내부의 차이성을 서술하는 자기 상대화 속에 감춰진 탈식민성이 가진 오류까지 포함하는 이론이다. 다시 말해서 콜로니얼리즘(colonialism)의 내부확대와 내적변형인 것이다. 오히려 배타주의나 인종주의적 차별을 해체하고 다양함과 공존이라는 미명의 탈식민주의가 가진 한계점을 보려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일본지식인들의 체험하고 시도한 학제간 연구의 의미를 재고하는 계기로 보인다.

저자인 전성곤 고려대학교 일본연구센터 HK연구교수는 “일본 지식인의 역사학, 인류학, 고고학, 민속학체례 구축을 찬양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시도 자체를 깎아내려서도 안 된다”고 설명한다. 물론 학문적 횡단만이 학제간 연구로 보는 문제점을 재확인하고 소통의 융합패러다임이 무엇인가를 고민해 보는 작업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

저자는 “이것은 학제적 연구를 총괄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일국적 시각을 극복하면서 상대적 시각에 주체를 둘 수 있는 학지(學知)의 ‘노마드’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확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