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위해 너를...'학교 괴담'
1등 위해 너를...'학교 괴담'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2.09.06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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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가 사라지면 행복해야는데...

[북데일리] 우리가 사는 세상은 경쟁사회다. 그러나 진정한 경쟁의 의미가 퇴색된 지 오래다. 1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세상으로 전락해 버렸으니까. 두 번째 아이가 사라진다는 무서운 책 <괴담>(2012. 문학동네)의 주인공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 아이들과 부모처럼 말이다. 

여기 두 명의 아이가 있다. 지연과 연두. 성악을 공부하는 그들은 서로를 의식한다. 겉으로는 친한 척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뛰어난 외모로 주목받은 삶에 익숙한 연두에게 지연은 돈 많은 부모를 둔 아이에 불과했다. 예고를 그만두고 전학을 온 지연도 마찬가지다. 연두쯤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인주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인주는 노래할 때마다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주는 아이였다. 두 번째 아이가 사라진다는 괴담, 살아남고자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마음에 누군가 속삭인다. 그러니까 첫 번째 아이가 되고 싶은 아이들은 스스로 괴담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연두와 지연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인주만 없으면 첫 번째 아이가 될 수 있었다. 지연은 과감하게 그 괴담 속으로 들어간다. 원하지 않았지만 인주가 자살을 하자 연두와 지연은 괴담의 유혹에 더욱 빠져든다. 아이들은 더욱 과감해진다. 친구와의 우정에도, 부모님에게도 첫 번째가 되기를 원했다.

‘늘 사라지는 건 두 번째 아이. 남은 건 첫 번째 아이. 지연은 언제나 남았다. 하지만 지연은 한 번도 첫 번째 아이가 될 수 없었다. 두 번째 아이가 눈앞에서 사라져 가는 그 순간조차도 지연은 자신이 첫 번째 아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언제나 두 번째 아이였다. ―두 번째 아이가 사라진다. 어쩌면 이 괴담은 위험할 정도로 끝이 없는 거짓말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두 번째 아이니까. 사라지는 것도 남는 것도 모두 두 번째 아이.’ p. 238

두 번째 아이가 사라지면 첫 번째 아이가 된 아이는 마땅히 행복해야 하는 것. 그러나 어떤 누구도 행복하지 않았다. 혼자 남은 아이가 과연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까. 남은 아이들이 바랐던 건 무엇이며,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건 무엇일까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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