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호와 추리왕의 한판 승부
대문호와 추리왕의 한판 승부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08.16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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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와 셜록 홈즈가 만났다

[북데일리]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2012.두드림)은 일본의 셰익스피어(나쓰메 소세키)와 소설 속 인물 셜록 홈즈가 만났다는 설정의 이야기다. 상상만으로도 환상적 앙상블일거란 기대감이 든다.

'일본의 셰익스피어' 나쓰메 소케키는 실존인물이고 그는 실제 영국 유학 경험이 있다. 그 사실이 계기가 됐을까. 이 책의 저자 시마다 소지는 그간 발표한 작품들과 다르게 이례적인 책을 썼다. 현실과 픽션을 교묘히 오가는 설정은 독자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들의 이야기는 대략 이렇다.

소세키는 국비유학으로 2년간 영국에서 유학시절을 보낸다. 런던에 체류하며 셰익스피어 연구가 크레이그 선생과 영문학을 공부하던 중 매일 밤마다 망령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하숙집을 옮겨도 계속되는 망령의 목소리 때문에 고민하던 차에 ‘셜록 홈즈’를 소개받는다. 하지만 홈즈의 모습은 상상을 뛰어 넘고, 소세키는 실망스럽기만 하다. 그러던 중 홈즈에게 찾아온 의뢰인의 남동생이 밀실에서 죽게 되는데…….

첫인상이 전부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소세키는 홈즈를 헛다리짚기 전문가에 잘난척쟁이로 여긴다. 이에 반해 왓슨이 바라보는 홈즈는 원전 그대로 엉뚱하지만 명석한 추리왕으로 설정되어 있다. 책은 그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 교차되는 설정을 통해 홈즈의 새로운 면모를 재발견하는 묘미를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헌사에 “모든 셜로키언(홈즈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 글을 바친다.”고 밝혔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소설 곳곳에는 홈즈에 대한 애정 어린 설정들이 보인다. 많은 패스티시(특정한 작품으로부터 내용이나 양식을 빌려온 작품)로 이미 친숙해진 셜록 홈즈 시리즈는 현대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저자는 당시 원전의 시대상과 홈즈 캐릭터를 최대한 충실하게 반영했다. 그럼에도 개성을 잃지 않는 까닭은 저자의 유머코드 때문이리라. 여름의 끝자락 나쓰메 소세키와 셜록 홈즈의 추리대결은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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