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과 성찰의 척도 '부끄러움'
배움과 성찰의 척도 '부끄러움'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08.14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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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스리는 감정이 바로 '치(恥)'다

[북데일리] 공자, 맹자, 퇴계, 율곡 왜 현대인들은 선현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까. 도덕이라는 관념이 점차 희석되어가는 현시대를 반증이라도 하듯 말이다.

책<부끄러워야 사람이다>(글항아리. 2012)는 이런 시대를 향해 진정한 도덕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과 사유를 던진다. 첫 장에 실린 시인 윤동주의 <서시>가 눈에 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서시>

저자는 윤동주의 서시로 시작하며 말한다. 윤동주 시인이야말로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며 부끄러움을 알아야 사람이 된다고 말이다. 그가 말하는 부끄러움이란 무엇일까.

윤동주의 시는 낭만적 낱말들이 전면에 나와 있어 섬세한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이 시의 중심에 놓인 것은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는 결연한 각오다. 식민지 시대는 빛이 증발된 시대, 청년이 청년으로 살 수 없는 시대다. 이런 시대 윤동주의 마음 받을 조절하는 것은 부끄러움이다. 이 부끄러움이 일종의 선언으로 내걸려 마음과 행동을 규율하는 권능을 부여하는 것이다. -43~44쪽

이 같은 해석은 부끄러움이야말로 개인의 이중적인 마음을 빈틈없이 느끼게 하여 스스로 치열한 반성을 하게 한다는 뜻이다. 즉, 그 마음을 다스리는 감정이 바로 치(恥)- 부끄러움이다. 이를 통해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목표를 세울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부끄러움에 대한 저자의 철학적 사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1장이 오늘날의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윤리로 재설계 하는 것이라면, 2장은 <논어>,<맹자>,<삼국사기>에 이르기까지 치(恥)에 관한 선현들의 생각을 살핀다.

책은 우리가 앞으로 지양하고 지향해야 할 가치관과 도덕에 관해 사유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저자가 말하는 부끄러움의 개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때다.

'사람은 사적 존재이므로 자기애에 치중할 가능성이 언제나 크게 확보되어 있다. 그것을 타자애를 받아들여 희석시킴으로써 객관적인 인간애로 드러나게 하는 데 작동하는 덕목이 바로 부끄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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