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보니 모로코를 다녀온 느낌!
읽다보니 모로코를 다녀온 느낌!
  • 유현수 시민기자
  • 승인 2012.08.09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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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영혼의 좌충우돌 모로코 체류기

[북데일리] 모로코는 아프리카 서북부 지중해에 위치한 이슬람 입헌군주국이다. 원주민은 베르베르인이지만 술탄과 프랑스 점령기를 거치면서 아랍어와 프랑스어도 함께 쓰이고 있다. 또한 사하라 사막과 지중해 연안을 함께 끼고 있으니, 한 장의 사진만으로는 설명이 모호하다고나 할까? 그 유명한 카사블랑카가 모로코에 위치해 있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그런데 모로코의 차도르를 시원하게 벗겨버린 책이 출간되었다. <뿌쌍의 모로코 이야기> (2012, 뮤진트리)이다. 뿌쌍(poussin)은 병아리를 뜻하는 프랑스어로, 저자 김미소씨가 블로그 ‘날아라 병아리, 닭이 될 때까지’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이다.

이 책을 읽으면 모로코가 그리워진다. 마치 나도 모르게 이미 모로코에 다녀온 느낌이랄까. 사하라 사막의 모래바람으로 입안을 헹군 듯, 후끈 열망과 고독이 밀려왔다.

그녀의 여정은 시끄러운 광장 도시 마라케시에서 시작되어 삶의 이유를 발견하게 되는 사하라 사막, 아름다운 해변도시 엣사위이라, 행정중심도시 하바, 예술과 이방인의 도시 땅줴, 지성의 도시 페스, 모로코의 청담동 에비뉴 드 프랑스로 이어진다. 이 여정만 보아도 모로코라는 나라의 이모저모를 짜임새 있게 잘 소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녀가 생생한 여행기록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그녀만의 독특한 여행관에서 비롯되었다.

“나는 한 도시 혹은 한 나라에서 최소 한 달 이상을 살아보는 것이 진짜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원칙을 세운 이유는 유적지나 기념관을 돌아보는 것보다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듣는 것이 여행의 본질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행자일 때 나는 지나는 사람들에게 서슴없이 말을 걸고, 뜻밖의 제안을 받으면 망설임 없이 함께 모험을 즐긴다. 나에게 풍요로운 여행은 사람의 이야기가 있는 여행이다.” P17

오랜 세월, 지배민족으로 살아야 했지만 고유 언어를 잃지 않은 원주민, 베르베르인의 이야기도 감동 깊다.
“우리에게 사막은 생명의 근원이야.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으로 사막을 찾고 이곳에 올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하지. 하지만 그들이 사막에서 보내는 시간은 인생에서 단 며칠뿐이야. 평생을 이렇게 지내는 우리는 바람을 맞으며 모래 위를 걷는 것이 편하고 좋아. 이곳이 편하니까 행복할 수 있는 거야.” P45

모로코만의 독특한 건축양식도 재미있다.

“로비 한가운데 천장이 뚫려 있어 하늘과 마주하고 있는 실내 정원이 펼쳐졌다. 비가 오면 어쩌느냐고 물었더니 어쩌다 비가 오더라도 정원의 화초들에게 떨어지기 때문에 크게 상관이 없다고 했다. 한겨울에도 영하 15도 이하로 떨어지는 법이 없는 지중해성 기후를 보여주는 용감한 건축양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111

다만, 사진자료가 부족해서 아쉬웠는데 이유가 있었다. 종교적, 문화적 차이때문이다. 모로코에서 사진을 제대로 찍고 싶다면 망원렌즈는 필수다.

“모로코 사람들을 찍는 일은 우리나라에서 보다 열 배는 힘들고 어렵다. 사람들의 순수한 모습을 재빨리 담아내고 싶어도, 카메라를 꺼내드는 순간 그들은 굳은 표정으로 거부의 몸짓을 드러낸다. 길을 걷다 우연히 포착한 상황을 찍고 싶어 카메라를 들이대면 옆에서 뒤에서 항의와 비난이 빗발치니 나는 점점 사진 찍는 것을 포기하게 되었다.” P277

스무 살에 꾸었던 꿈의 실현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 저자를 꼭 한번 보고 싶다. 우연인지 몰라도 본인도 같은 시기에, 같은 꿈을 꾸었다. 그런데 삶의 궤적은 어쩜 이리 다른가? 어쨌든 만나게 되면 저자가 책에서 인용한 시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이렇게 건배를 하련다.

“열렬한 고독 가운데 운명처럼 자신과 마주하게 될, 그날을 위해!” -생명의 서, 유치환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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