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야기를 통한 삶과 죽음
나무 이야기를 통한 삶과 죽음
  • 신상진 기자
  • 승인 2012.07.16 1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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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과 사에 대한 새로운 시선'

[북데일리] 올 초부터 7개월을 북한산 자락에 있는 한 기관에 강의를 들으러 다녔다. 처음에 가장 신기해 보였던 것은 미친 듯이 열려있는 솔방울들이었다. 가지위아래로 빽빽하게 달려있는 솔방울들은 극악스러워 보일 정도였다. 소나무 몸통과 가지는 제색을 잃고 죽어가고 있었다. 갈색이다 못해 검은 색에 가까운 나무둥치와 비틀리고 약하게 뻗어나간 가지는 좀 이상했다. 건강하지 않았다. 그 나무가 죽음을 맞고 있음을 알게 된 건 늦봄을 지나 한여름으로 다가가도록 이파리가 살아나지 못함을 보고서였다. 그랬다. 나무는 죽음을 맞기 전에 발작하듯 자손을 남기고 싶었던 거였다.

근래에 만난 그림책이 한 권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소나무다. 필자가 실제로 본 소나무와는 다르게 모든 것이 완벽한 나무였다. 이름도 그 나무에 걸맞는 ‘킹카’나무. 하지만 아무에게도 자신을 내어주지 않아 열매를 맺을 수 없었다.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하게 킹카나무의 심장으로 들어 온 못난 씨앗 하나가 있었다. 이후 킹카나무는 엄청난 변화를 겪는다. 마지막으로 죽음을 맞은 나무 안에 새로운 우주가 싹튼다. 나무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의 순환 과정을 보여 준다.

<죽어야 사는 나무>(2012. 나한기획) 고희선 작가는 한양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뒤 간호사 생활과 산업체 겸임교수를 거친 후 MBC프로덕션 드라마 극본 공모에 당선, 단막극과 특집극 작가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이후 문학치료학이라는 학문에 매료되어 경북대학교 문학치료학과 석사과정을 졸업,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현재 통합문학치료연구소와 나한기획을 통해 예술치료와 동양사상을 접목한 다양한 치료 및 문화 컨텐츠를 개발, 기획하며 실천해나가고 있다.

그린이 무세중(巫世衆)의 본명은 김세중(金世中)이다. 상식 밖으로 ‘무(巫)’라는 성으로 바꾼 이유는 김(金)씨 문중의 자손이기 이전에 ‘하느님의 자손(天孫)’임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젊은 시절부터 전국 방방곡곡 8천 리를 걸어서 순례하며 연구하고, 깨달음을 작품 속에 진일보하여 승화시키려 했던 전위 예술가이다. 그는 나무로, 우주로, 만다라로 변신한 진리를 거침없는 표현으로 보여주고 있다. 강렬한 색채는 생명이 빛과 운동성으로 살아나고 있음을 강조한다.

작가는, ‘죽음과 생명의 신비’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가 결국은 같은 뿌리로부터 나온 나무의 후손이라 한다. 이는 모든 생명체가 그 우주의 중심이며, 꽃을 피우고 아름다운 열매를 맺어 신비로운 존재로 태어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를 웅변이나 설득이 아니라 글과 그림으로 보여주는 이 책은 현대도 살아있는 한 판 굿으로 초대하는 듯하다.

학교 폭력과 자살, 따돌림... 말하기도 듣기도 지겨운 이 고질병. 이런 것들이 죽어야 생명의 길이 열린다. 현재 만연한 깊은 병을 이겨낼 수 있는 치유는 나와 남의 생명지도를 다시 읽는 일로 시작될 것이다. 남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그것 또한 함부로 버릴 것이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이 아님을, 그 안에 거대한 우주가 있음을 알려주는 책.

이 책의 건강함이 그 문제들을 치유할 수 있는 작은 씨앗이 되기를 기대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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