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죽음, 딸의 고통 `피눈물의 추도사`
남편의 죽음, 딸의 고통 `피눈물의 추도사`
  • 북데일리
  • 승인 2005.12.2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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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출간되자마자 미국 논픽션부문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랭크되며 화제를 모았던 미국 소설가 조안 디디온의 자전에세이 <마법같은 생각으로 보낸 그 해>(노프퍼블리싱그룹. 2005)는 사경을 헤매는 딸을 간호하면서 남편을 잃게 된 심경을 저자 특유의 아름다운 문체로 `담담하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 전미도서대상 논픽션부문 수상작인 이 책은 2003년 크리스마스시즌, 디디온이 겪은 지옥과 같은 한달을 피눈물로 써내려간 회고록이다. 원제는 .

크리스마스 며칠 전, 40년을 함께 살아온 디디온과 남편 존 그레고리 듄은 갓 결혼한 딸 퀸타나가 무서운 독감으로 쓰러진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다.

독감은 급성폐렴으로 발전했고 폐혈성 쇼크를 유발하면서 면역체계를 잠식해 갔다. 일주일 뒤, 죽음의 문턱을 오가던 퀸타나를 간호하던 남편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지더니 세상을 뜨고 말았다.

무너지는 심정으로 낙담하며 상실의 고통으로 미쳐버릴지도 모를 공황상태에 빠진 디디온. 하지만 디디온은 `마법같은 생각(magical thinking)`에 빠져 들었다. 그 반응은 일반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겉으로 보기엔 `냉담`했다.

디디온은 병원 의사와 간호사들로부터 `냉정한 환자가족`이라는 딱지가 붙을 정도로 `침착`했다. 남들에게는 이 억장 무너지는 상황을 담담하게 처리해 나가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남편의 죽음에 대한 자신의 복잡한 반응형태를 면밀히 객관적으로 대상화시킨다. 비극적인 사실을 부정하는 자신의 민감한 모습과 비논리적인 죄책감, 남편의 죽음을 직시하려는 시도를 통해 스스로 바라보고자 한다.

남편을 잃고 지속되는 슬픔은 동시에 급성 폐렴으로 생명을 위협받는 딸의 투병과정으로 인해 영향을 받기도 했다.

책은 남편이 세상을 뜨고 딸이 회복한지 9개월 뒤 집필됐지만, 그때도 디디온은 지옥같은 쓰라린 경험을 극복하고 삶을 지속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을 때였다. 이런 집필조건 속에서 탄생한 글은 결과적으로 독자로 하여금 긴장감과 정서적 일치감을 유발하며 눈길을 떼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알려진 것처럼 아름다운 문장 구사로 유명한 디디온의 글은 단순하면서도 완벽하게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이 글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대한 감동의 추도사다.

(사진 = 1976년 미 캘리포니아 말리부의 휴양지 별장에서 남편, 딸과 함께한 디디온) [북데일리 노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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