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소스릴러' 베르나르의 '웃음'
'폭소스릴러' 베르나르의 '웃음'
  • 김현태기자
  • 승인 2011.11.28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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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코미디언의 피살사건...곳곳 웃음 장치

 

 

‘나는 텔레비전이 교양에 매우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누가 텔레비전을 켤 때마다 옆방에 가서 책을 읽으니 말이다.-그루초 막스’

[북데일리] 모든 글이 그렇듯 책 역시 앞머리에서 독특한 인상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웃음>(열린책들. 2011)은 첫 페이지에서 미소를 머금게 한다. 이번엔 웃음이라. 베르나르의 신작을 손에 잡으며, 웃을 준비가 되어 있는 독자에게 딱 맞는 흥미로운 서두가 아닐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작가의 치밀한 속내를 읽을 수 있다.

내용의 도입부 역시 범상치 않다. 주인공은 프랑스의 국민 코미디언 다리우스다. 그가 어느날 분장실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누군가 침입한 흔적은 없다. 다만 단서는 그가 사망하기 직전 폭소를 터뜨렸다는 것. 큰 웃음을 터뜨리다 갑자기 쿵 하고 넘어졌다는 것이다. 코미디언다운 죽음인 셈이다.

책은 한 여기자가 이 다리우스의 죽음의 원인을 파헤치는 과정으로 되어 있다. 취재를 시작하는 경위부터 재미있다. 한 방 터트리려는 언론의 불순한 동기가 개입되어 있다. 취재 자체가 시나리오를 써놓고 퍼즐을 맞추는 듯 이뤄지는 셈이다.

그러나 사건을 따라갈수록 수많은 미로와 놀랄만한 ‘세력’과 맞부딪힌다. 웃음의 매력과 마력이 전편에 흐르고 있다. 간간히 삽입된 ‘유머 예문‘ 역시 읽을거리다. 이 조크들 대부분은 작중인물인 다리우스의 스탠드업 코미디 작품이라는 크레딧을 달고 있다. 죽은 다리우스가 살아있는 듯, 활자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웃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조크는 독자와 함께 만든 것으로 알려져 더 화제다. 소재가 독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로 채택되었고, 내용 일부, 특히 인용되는 조크에 독자의 의견이 반영되기도 했다. 작가의 홈페이지를 통해 조크를 공모하자 독자들은 엄청난 수의 조크를 응모해 왔다는 후문이다. 대 작가만이 할 수 있는 호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참신한 유머가 많다. 그 한 예.

‘만약 죽을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내 할아버지처럼 잠자다가 평온하게 죽고 싶다. 무엇보다 극심한 공황상태에 빠진 채 살려 달라고 울부짖으며 죽고 싶지는 않다. 내 할아버지는 보잉 여객기를 조종하다 조용히 눈을 감았다. 나는 그 비행기에 탔던 369명의 승객처럼 죽고 싶지 않다.’

처음 십 여 페이지부터 흥미와 재미를 유도하니, 이 책의 성공은 보증수표나 다름없어 보인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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