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한 사람들의 기묘한 동거
기괴한 사람들의 기묘한 동거
  • 황인혜 기자
  • 승인 2011.11.11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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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병 앓는 강지영의 '프랑켄슈타인 가족'

[북데일리] "우리 꼴이 좀 이상하게 보인다는 거 잘 압니다. 우리 가족은 다들 한 가지씩 문제를 떠안고 살아요. 강박증이나 망상증, 섭식장애 같은 거요. 그런 눈으로 보실 거 없습니다. 솔직히 누구나 말 못 할 문제 하나씩은 안고 살잖습니까?"(본문 중에서)

작가 강지영의 신작 <프랑켄슈타인 가족>(자음과 모음. 2011)은 정신과 전문의 김인구가 은퇴 후 종적을 감추자, 그를 영원한 소울메이트라고 생각했던 환자 여섯 명이 의기투합해 찾아나서면서 벌어지는 왁자지껄한 소동을 담았다. 이들 여섯 명은 외형적으로 아주 평범해 보이지만 저마다의 말못할 비밀을 가지고 있다. 바로 마음의 병. 이들 모두 가슴에 깊은 생채기가 있다.

세균 박멸을 위해 수시로 에탄올을 분사하는 결벽증 환자 나석, 대중목욕탕에 대한 강박적인 공포를 가지고 있는 가인, 다중인격장애자 임만, 비만의 스트레스로 인해 마른 동생의 얼굴을 그어버린 거식증 환자 미아, 홀수공포증에 시달린 탓에 무엇이든 짝수로 맞추려는 제일, 과대망상증을 앓고 있는 라희 등 소설 속 주인공들은 마음의 장애가 심각한 정신 질환자들이다.

전혀 조합될 수 없는 여섯 명이 함께 모여 김 박사가 살고 있는 전원주택으로 무작정 찾아간다. 하지만 김 박사는 그곳에 없다. 이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사이 이 주택의 조경 작업을 할 인부들이 갑자기 들이닥치면서 위기를 맞게 된다. 김 박사의 환자라고 밝히는 순간 정신병자로 내몰릴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여섯 명은 김 박사의 가짜 가족이 되기로 한다.

얼떨결에 가족이 된 정신 질환자들의 기괴한 동거는 흥미롭게 전개된다. 이들은 첫 단체생활을 통해 엎치락뒤치락 세력 다툼을 벌이기도 하지만 조금씩 서로의 아픔에 다가가면서 마음의 문을 연다. 자신들을 치료해줄 김 박사는 없지만 김 박사의 가족 행세를 하면서 상처를 극복하고 서로의 소울메이트가 되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독자는 소통과 위로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이 책의 저자는 정신적인 장애를 가진 이들을 전면에 내세워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누구나 말 못 할 문제 하나씩은 안고 살잖습니까"라는 말처럼 정신 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고 역설한다. 마음의 병은 누구에게나 있다. 단지 정도(程度)의 문제일 뿐이다. 마음이 아프다고? <프랑켄슈타인 가족>의 특별한 상처극복법이 당신을 웃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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