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페스트 이긴 레모네이드
[책속의 지식] 페스트 이긴 레모네이드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8.06.18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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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전쟁> 톰 닐론 지음 | 신유진 옮김 | 루아크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선페스트는 14세기 중기 전유럽에 대유행해 유럽 인구를 1/5로 줄인 흑사병의 일종이다. 흑사병 병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선페스트는 17세기에 다시 창궐해 프랑스인들을 위협했다. 그런데 단 한 도시, 파리만큼은 전염병 재앙에서 비껴갔다.

상식적으로 인구밀도가 높고 교통량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도시에서 더 전염병 위험이 크고 감염 속도도 빠르기 마련이다. 게다가 프랑스의 수도는 파리가 아니었던가. 거주 인구와 방문객이 가장 많은 프랑스 수도가 전염병을 비껴간 비결이 있을 터다. 알고 보니 레모네이드 덕분이었다.

당시 프랑스는 레모네이드 열풍이었다. 레모네이드는 이탈리아풍 음료로 당시 추기경 마자린이 제조업자를 데려오면서 널리 퍼졌다. 레모네이드에 들어 있는 구연산은 박테리아 성장을 막아준다. 또 레몬에 함유된 리모넨이라는 성분은 자연 살충제이자 구충제로 특히 레몬 껍질에 리모넨이 가장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미국환경보호청이 일반 해충 스프레이나 애완동물에 기생하는 벼룩과 진드기 퇴치제에 들어 있는 열다섯 가지 살충 성분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성분으로 꼽은 것도 리모넨이다. 프랑스인들은 레몬껍질과 짓이긴 레몬 껍질을 감염의 순환 사슬을 깨기 가장 효율적인 장소인 쓰레기장에 내다 버렸다.

페스트는 벼룩에 감염된 시궁쥐가 사람에게 옮기는 질병이다. 사람이 어쩔 수 없이 생산하는 유기쓰레기가 가득한 쓰레기장은 시궁쥐들의 온상이었던 만큼 레몬이 구충제 역할을 한 셈이다. <음식과 전쟁>(루아크.2018)가 전하는 내용이다.

17세기 프랑스는 전염병으로 비엔나의 사상자만 8만 명에 달했고, 프라하 8만 명, 몰타 1만 명, 아미앵 3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시기였다. 프랑스 대도시 대다수가 겪었던 전염병을 파리만 비껴간 비결이 레모네이드라는 흥미로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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