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호랑이와 망망대해에 표류한다면...
내가 호랑이와 망망대해에 표류한다면...
  • 북데일리
  • 승인 2005.12.1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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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마지막 반전으로 전세계적인 화제를 몰고 왔던 영화 ‘식스 센스’의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현재 제작중에 있는 차기작은 ‘파이이야기’다. 태평양 한가운데 표류하게 된 소년 파이가 227일간의 생존과정을 통해 전해주는 감동은 동명 원작소설을 토대로 한다.

책 <파이이야기>(작가정신. 2004)는 영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인 2002년 부커상 수상작. 영국 100만부를 비롯 미국에서 70만부 이상이 팔렸으며 3년간 아마존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킨 명성 그대로 스테디셀러다.

캐나다로 이민 가던 중 태평양 한가운데서 화물선이 침몰되고 열여섯 살 인도 소년 파이는 가족을 모두 잃은 채 하이에나, 얼룩말, 오랑우탄 그리고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함께 구명보트 안에 실려 표류한다.

책은 긴 표류생활에서 파이가 겪는 심리와 행동의 변화 과정을 보여준다. 겁에 질려있던 소년에서 호랑이를 길들이고 생존하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으로 변모한다.

파이는 긴 시간을 리처드 파커와 함께 하면서 삶을 유지 할 수 있었다. 위험한 맹수이지만 그의 삶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닌 살아가는 이유가 된 것이다.

`사랑한다`고 터져 나온 말은 순수하고 자유로우며 무한한 `사람`의 감정이 실려있다.

"정말로 사랑해. 사랑한다. 리처드 파커. 지금 네가 없다면 난 어째야 좋을지 모를 거야. 난 버텨내지 못했을 거야. 그래 , 못 견뎠을 거야. 희망이 없어서 죽을 거야. 포기하지 마. 리처드 파커. 포기하면 안 돼. 내가 육지에 대려다 줄게. 약속할게. 약속 한다구!" (본문 중)

저자 얀 마텔은 소년 파이와 동물들, 망망대해의 표류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통해 문학이 보여주는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로 독자를 인도한다.

‘그때 하이에나가 으르렁거리며 날뛰기 시작했다. 온종일 그 자리에서 꿈쩍 않고 있던 녀석이. 하이에나는 얼룩말의 옆구리에 앞다리를 올리고, 몸을 내밀어 얼룩말의 살을 깨물었다. 그러고는 쭉 잡아 당겼다. 선물 포장이 찢어지듯이 얼룩말의 배에서 가죽이 쭉 벗겨졌다. 소리 없이 살갗이 찢겨나갔다. 곧 피가 강처럼 솟구쳤다. 얼룩말은 짖고, 콧방귀를 뀌고, 깽깽 소리를 내며 방어하려 했다. 하이에나를 물려고 앞다리를 뻗으며 고개를 젖혔지만 여의치 않았다.’ (본문 중)

파이는 주어진 상황을 개척할 줄 아는 소년이다. 또한 힌두교도이면서 기독교인이며 이슬람교도였다. 자신의 종교만이 옳다고 우기지 않고 모든 종교를 사랑한다.

"간디께서는 ‘모든 종교는 진실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신을 사랑하고 싶을 뿐이에요. 내게 종교는 우리의 악행이 아니라 우리의 존엄성과 관련된 것이다." (본문 중)

책의 끝부분에서 또 하나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견뎌내기 힘든 아픔을 겪었지만 그 과정에서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북데일리 이진희 객원기자] sweetishbo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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