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고독한 20대
 한영익
 2008-06-09 14:13:53  |   조회: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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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한국경제대안 시리즈의 첫 권인 「88만원 세대」의 슬로건은 “20대여, 토플책을 덮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저자는 20대가 더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목소리를 가지고 기성세대에게 자신들의 요구를 할 것을 요구한다. 기성세대, 특히 386세대는 20대와 바리케이드를 공유하지 않는 까닭이다. 이 책에 따르면, 20대는 기성세대의 희생양이 될 공산이 크다.

다시 말하면, 20대는 자신들의 처한 현실을 모르고 있거나, 혹은 알면서도 방관한다는 말이다. 20대가 지금 겪고 있는 위기는 토플책을 들여다보고 입사시험을 준비하는 미시적인 차원에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20대가 기성세대에게 사회적 차원에서의 요구를 할 때 20대의 문제는 개선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20대의 문제해결의지는 개인적차원에서 머물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런 20대의 처지를 한편으로는 안타깝게 여기면서 동시에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있는 이기적인 20대들을 나무라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이 나오고 어느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 미국산 쇠고기수입 재협상과 관련해서 ‘광우병 촛불시위’가 사회 전면에 부각됐다. 광우병 시위가 등장하면서 각종 언론에서는 10대가 희망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사회에 대해 무관심하고 자신의 취업준비에만 열을 올리던 20대와는 달리 10대들은 과감하게 촛불을 들고 청계광장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20대는 이미 떠오른 386세대와 한창 떠오르는 10대의 사이에서 설 곳을 잃은 셈이다.

386에게는 1980년의 광주가 있었다. 그리고 87년 6월의 성공도 맛보았다. 싸워야할 대상이 분명했고, 그 당위성이 명확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모든 국민이 동조하는 양상을 띠었다. 아울러 당시의 한국경제는 저자의 말에 따르면 영광의 30년을 보내고 있었다. 즉 386세대는 정치적인 투쟁의 당위성과 경제성장의 혜택을 고루 받았다는 말이 된다.

10대가 전면에 나서면서 전국민적 동조를 이끌어낸 촛불시위는 386세대가 겪은 그것에 비하면, ''투쟁''으로서의 명분은 약하다. 이명박정부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부인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쇠고기 협상은 국민전체의 정서에 반(反)했고 그것이 촛불시위의 형태로 나타났다. 10대가 이처럼 전면에 나서게 된 데에는 또한 ‘아고라’같은 이른바 ''''''''뉴미디어''''''''의 등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2008년의 시위에서 10대가 이슈가 된 것은 충분히 연구해봐야 할 주제라는 생각이 든다.

87년과 2008년의 한 가운데―20대들의 성장기―는 97년이 아로세워져있다. 당시는 IMF의 공포가 전국토를 휩쓸던 시기다. 97년은 87년만큼이나 국민들의 삶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20대는 97년을 기점으로 한 취업난과 청년실업의 공포속에서 자라왔다. 중간에 2002년 월드컵의 흥분을 잠깐 겪었을지라도 그것은 축제에 지나지 않았고, IMF이후 10년간의 기억은 20대들에게 하나의 집단경험으로 나아가 집단적 이념으로까지 자리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적인 사족을 덧붙이자면 이런 집단의 기억은 대학에서 보존되고 전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요즘 각 대학들이 기초학문을 등한시 하는 행보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20대는 IMF가 선물한 힘든 기억속에서 자라났고, 동시에 그들이 싸워야할 적은 87년의 독재정부처럼 쉬이 보이는 적이 아니다. 그러나 분명히 저자의 말대로 일면 짱돌을 들어야하는 부분도 있다. 20대는 이토록 힘겨운 현실에 놓여있다. 386들이 20대를 한심하게 생각하기만 할 일이 아니다. 386세대는 넓은 의미에서의 기성세대는 사회의 중심에서 20대가 이런 현실에 놓이게 한 책임을 함께 통감하면서, 20대의 고통을 나누고 함께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그것을 게을리 한다면 386세대―기성세대―는 적어도 20대를 나무랄 자격은 없는 셈이다.

20대는 적어도 자신이 처한 현실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현실에 대한 인식이 있고서야 비로소 어떤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는 까닭이다. 언제까지고 기성세대 탓만 할 수는 없다. 모두가 힘들어지는 현재의 시스템에서 소모적인 경쟁을 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20대가 "짱돌"을 들 것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시민기자 한영익(hanyi6400@hanmail.net)

2008-06-09 14: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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