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당신은 누구를 위해 일하십니까?
 정인아
 2008-06-08 00:29:09  |   조회: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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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올해 초 이직하게 된 두 번째 직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며 하루하루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원채 꼼꼼하지 못한 성격은, 꼼꼼함이 그 어떤 것보다도 중시되는 새로운 직장에서 금새 무능함으로 낙인찍혔다.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그 나름대로의 노력은 윗분들의 기대에 미치기에는 한없이 모자랐고, 설상가상으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에서조차 문제가 발생해 몇 주 동안 일주일 내내 야근을 해도 아무 성과도 없는 신통찮은 결과를 보고하며 상사의 경멸을 당해내다 못해 원래 위염과 십이지장 궤양을 앓고 있던 내 위장은 급기야 파업을 선언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화기관 쪽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진단결과로 인해 대장 내시경 진료를 받고 전신마취에서 오늘 오후에 깨어났다.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고 느꼈다. 옮기기 전의 첫 직장에서도 물론 항상 신임과 칭찬만 얻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괄목할 만한 경력을 쌓기 위해 다소간의 고생은 각오하고 옮겨온 직장이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억울함을 지울 수 없었다. 내 노력을 몰라주는 사수도 밉고, 어떻게 하면 더더욱 심한 모멸감을 안겨줄까 연구만 하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의 지독한 상사에게도 진절머리가 났다. 더 이상 버텨봤자 몸만 버리겠다 싶어 다른 곳을 알아봐야겠다 결심하고 예전에 사두고는 대충 읽었던 [당신의 파라슈트는 어떤 색깔입니까?]를 책장에서 꺼내 들다가, 옆에 있던 [당신은 누구를 위해 일하십니까?](이영대 지음, 2008, 이코노믹북스)가 눈에 들어왔다. 그야말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금의 내 상태를 조금이라도 개선시킬 수 있는 내용이 있길 바라며 먼저 읽으려던 책을 뒤로 하고 이 책을 우선 읽기 시작했다.

 자기계발서에 등장하는 그 수많은 지나치게 시의적절한 예화들은 특히 이 책에서 그 작위성을 드러낸다. 차라리 A H, S처럼 철저한 가공의 인물로부터 나온 일화로 처리했다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 것을, 밑도 끝도 없이 이수진, 스티븐, 한성과 민석, 일본 동경의 어느 카페 주인 등의 등장인물이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말 그 자체인 실화를 겪은 인물들로 등장한다. 스토리텔링 기법이 요즈음의 일반적인 추세라고는 해도 실제 인물들의 일화와 섞어서 기술하다 보니 작가가 전달하고자 했던 의도가 다소 퇴색되어 버리는 결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요즘 발간되는 책들이 웬만하면 거의 필수적으로 끼워넣는 유명인사의 추천사나 후기는 이 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책 뒷표지에도 이 책만을 위해 선사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는 빌 게이츠와 잭 웰치의 유명한 말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것에 꼬투리(?)를 잡는 것은 겉치레에 길들여진 나의 몹쓸 버릇인 걸까?

 각설하고 내용에 대해 살펴보면, 이 책이 고수하고 있는 주요한 입장은 시작했으니 끝을 봐라로 요약해 볼 수 있겠다. 어떤 자기계발서에서는 좋은 직장나쁜 직장의 예를 들고 자신이 현재 속해있는 일터의 상황을 고려해 나쁜 직장으로 판단된다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는 권유를 한다. 물론 어디나 비슷한 곳이고 한 번 직면하게 된 문제를 피한다면 다음에 그와 똑같은 문제를 또 만나게 되므로, 직장을 옮기더라도 그 문제를 해결하고 옮겨야 자기자신이 발전한다는 조언도 따라붙는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전자의 경우가 언급되어 있지 않고, 아예 없지는 않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다시 일을 찾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녀야 하는 참을성 없는 사람으로 격하시킨다. 요지는 회사가 아무리 자신과 맞지 않는 곳이라고 느낀다 할 지라도 어떻게든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되는 것이 우선이고, 직장을 옮기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이것이 과연 올바른 답일까? 현재의 나로서는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문제이다. 어딜 가더라도 고약한 상사와 난해한 성격의 동료, 그리고 아직 적응되지 않은 상태에서 맡게 되는 어려운 일들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만두는 것은 지는 것이라며 버티는 것만이 능사인 것인지는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선배가 결혼을 앞두고 퇴사하려는 상황에 과중한 일을 맡기고, 그로 인해 지금까지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실수를 분산된 집중력으로 인해 저지르자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로 상견례 전날이었던 그 선배 눈에서 결국은 눈물을 쏙 빼놓던 상사를 떠올리 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일반론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자리를 얻기가 그렇게 힘들다는 오늘날,  자신의 일과 생활에서 기회를 찾지 못한 채 자신이 다른 방면에서 더욱 잘할 거라 생각하는 젊은이에게는 그 만큼 이 책은 경솔한 판단에 대한 재고의 기회를 주고 외부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발전을 위해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도록 도와준다. 어떻게 하면 직장에서 보다 인정받을 수 있는지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목표설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또한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 그리고 우리가 몸담고 있는 직장의 상부 위계서열에 위치하고 있는 이들의 사고가 이 책의 저자의 논조와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 사회에 적응하려면 무조건 배격하는 것 보다는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자세를 취해겠다는 이도 저도 아닌 결론은 나로 하여금 조금은 씁쓸함을 남긴다.

 30대에 도달하기 전에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되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큰 행운이라는 말이 있는데, 내게도 그 행운이 주어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돌아올 월요일이 참으로 부담스럽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다짐해본다. 우리 회사에서 꼭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도록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정인아 시민기자 [cynicalpop@naver.com]

2008-06-08 00:2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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