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공부 중독자들이 넘쳐나는 사회에 전하는 한 공부꾼의 이야기
 이이나
 2008-06-03 15:57:24  |   조회: 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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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시절, 모르는 수학문제를 칠판에 풀이해주시는 선생님의 설명을 보면 분명히 이해가 갔는데 한참 후에 자기가 다시 직접 풀어보려니까 이상하게도 풀리지 않더라는 경험담. 분명히 한 두 사람만이 겪은 일은 아닐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본인은 분명히 이해했다고 생각한 것이 본인이 이해한 바와는 다르게 돌아가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때에 누구나 그런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이 직접 깨달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온갖 고생을 하고 실패를 거듭하면서 터득한 지혜는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 과정을 무시한 채 그저 학문적인 열정만 가지고서 손쉽게 뜻하는 바대로 학문을 이루려고 하니 뜻대로 되지 않고 절망한 채 우울감에 빠지곤 하는 것이다.


                    
<공부도둑>, 장회익, 생각의나무, 2008 (이미지출처: 네이버)

     1938년 출생,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물리학과 졸업,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학교 물리학과에서 박사학위 취득, 미국 텍사스대학교 연구원과 루이지애나대학교 방문교슈를 거쳐 30여년간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같은 대학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겸임교수로 활동, 녹색대학 총작 역임,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지은이의 이력이 보통 ''''일반 사람''''들의 기준에서는 대단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외국의 대학교에 유학하여 박사학위를 따오는 것이 스펙의 ''''기본''''이 되어버린 요즘과는 달리 당시 저자가 살았던 시대는 결코 풍요로운 시절이 아니었다. 지은이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그야말로 ''''야생''''에서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터득하여 지금의 자리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이미지 썸네일
                                                                        <장회익 씨 (이미지출처: 네이버)>

     어린시절, 저자의 할아버지는 그가 공부하는 것을 반대하였고, 들판에 나가서 소꼴을 먹이게 하거나 같은 또래 친구들이 학교에서 운동회를 열 때 학교에 가서 감을 팔아오라는 등의 요구를 하며 저자의 속을 꽤나 애타게 했다. 그러나 결국 공부꾼은 공부꾼의 길로 갈 수 밖에 없는 운명이 있었는지 결국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되었고 후에는 미국으로 유학길을 올라서 박사학위를 받는 등 인정받는 공부꾼의 길을 걷게 되었다. 저자는 당시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들판에서 책을 읽으며 학구열을 불태우던 어린 시절을 인삼과 산삼에 비유하며 나름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너 이놈, 인삼하고 산삼이 같으냐? 인삼밭에 들어가 주는 대로 받아먹고 자란 희멀건 인삼뿌리가 되고 싶으냐, 아니면 빈 산속에 들어가 먹을 거 제손으로 챙겨먹은 산삼뿌리가 되고 싶으냐?(91쪽)''''

     <공부도둑>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책을 집어든 독자들 중에서 몇몇은 자신이 기대했던 내용이 아니라서 실망할 수 있다. 한참 베스트셀러 상위 목록을 차지하던 자기계발서류의 도서와는 다른 성격을 갖고 있을 거라 예상하며 책을 집어들었다면 어느정도는 책의 내용에 만족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평범한 독자들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그의 공부내공은 자칫하면 공감을 잃을 소지도 있다. 공부를 업으로 삼고 학문을 친구로 삼은 ''''대가''''들의 소개에 으레 따라붙는 상투적인 어구 - 어린시절은 그냥 밖에서 뛰어놀고 사고도 치고 성장했지만 어쩌다보니 명문대에 진학하게 되었고...그냥 잠깐 공부했을 뿐인데 덜컥 시험에 합격 했으며....  와 같은 내용에 신물이 나는 독자들도 분명히 있을것이다. 책을 읽을 때 반드시 감정조절에 유의하여 읽을 필요가 있는 대목이 있음을 조심스럽게 알린다. 다만 공부하겠다는 의욕이 넘치는 독자에게는 이 책의 내용이 동기유발을 하게하는 자극으로 다가올 수 있다.

     <공부도둑>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알고보면 간단하다. 중학교 수업시간에 배웠던 아비도둑과 아들도둑에 대한 이야기를 상기시키면 이해하기가 쉽다. 이 이야기는, 아비도둑과 아들도둑이 함께 도둑질을 하고 있었는데 아비도둑이 아들도둑을 천하의 제일가는 도둑으로 만들기 위해서 일부러 아들을 곤경에 빠뜨려 스스로의 힘으로 곤경을 빠져나오도록 한다는 ''''옛날 옛적에'''' 이야기 이다. 저자도 마침 이 이야기를 근거로 자 신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왜 하필 도둑을 소재로 삼았을까''''라는 의문에 깊이 고민할 필요는 없다. 이야기의 소재는 비록 도둑질이지만, 거기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도둑질''''에 비할 수 없는 가치를 갖고 있다. 이 이야기의 주제는,
스스로 터득한 지혜는 삶을 살아갈 때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진정한 자기만의 실력으로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의 첫부분은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쪽수도 빠르게 넘어간다. 그러나 책의 중반부, 후반부로 갈 수록 이해도가 떨어질 수 있다. 특히 후반부에 등장하는, 우주에 대해 고찰했던 과거 선조들의 연구 결과들과 그에 대한 저자의 견해 그리고 간단한(내용일 것이라 생각했을 저자의 의도와는 달리 상대성 이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일반 독자들을 괴롭게 만드는) 상대성이론에 대한 소개까지 자칫하면 책에 대한 흥미를 반감시킬 요소가 있다. 하지만 저자가 책의 제목을 <공부도둑>이라고 지었던 의도와 저자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 화려하게만 보이는 그의이력을 이룰 수 있게 한 그 원동력 그것은 바로 저자 스스로가 의욕적으로 공부했기 때문에 모두 가능했던 것임을 느낄 수 있다면 성공한 독서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난 공부를 이렇게 했다'''' 혹은 ''''공부를 이렇게 하면 효과가 좋다''''라는 식의 언급은 없다. 이 책은 ''''공부''''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현재 광우병파동이 일어나게 된 것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소에게 동물사료를 먹인 인간의 탐욕에 원인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던 것 처럼, 저자는 ''''자연 그대로 살아가도록 노력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최소한의 인위를 가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인데, 사람들은 자꾸 그것을 잊고 점점 더 위험한 실험실 상황을 만들어간다'''' 라며 일침을 가하고 있다. 이렇듯 저자는 햇빛을 보지 못하고 항상 연구실에만 특어박혀서 얼굴이 새하얀 ''''백면서생''''이 아닌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는 사회에 대해서 따끔하게 한 마디 할 줄 아는 ''''공부도둑''''이자 ''''지성인''''이다. 

     유치원생 아니 그보다 더 어린 유아시절서부터 ''''공부 공부''''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대학교를 가서도 또 공부, 직장에 가서도 또 공부(혹은 자기개발), 일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도 공부걱정에 시달릴 것만 같이 공부압박에 눌려있는 현재 한국의 모습은 그야말로 ''''공부중독자''''들의 세상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어서, 그것 아니면 안될 것 같은 대상에 집중하여 온몸을 다해 ''''공부''''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공부의 완성이 아닐까 한다.  

2008-06-03 15:5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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