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치료적 소통
 서용석
 2008-05-14 10:11:32  |   조회: 680
첨부파일 : -





[북데일리] 그가 식당에 들어왔다. 2인분을 주문한다. 늘 그렇듯 혼자서 다 먹는다. 그가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2인분의 음식을 주문하고, 친구하나 없이 혼자서 먹고 가는 이유는 ‘두 발 달린 짐승’에게 자신의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토록 오만하고 냉소적인 사람에게 무의식 이론가 프로이트마저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는 누굴까. 바로 저명한 철학자 쇼펜하우어다.

사람이 자신의 굴레를 인식하게 되는 것은 다른 사람의 눈과 입을 통해서다. 즉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정립한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까지 자기 스스로 인식하고 있던 자신과 타인이 자신을 바라보는 차이, 그 평가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괴감이나 억울함, 분노 등과 같은 상처를 자신의 것으로 안게 된다. 이것을 돕고자 정신과 의사 어빈 얄롬은 평생 철저하게 고립되어 천재적으로 자신의 철학을 집대성한 쇼펜하우어의 냉소적 지성을 통해서 나, 너, 삶의 역학을 풀어낸다.

<쇼펜하우어,집단심리치료>(시그마프레스)는 소설이다. 철학서나 치료서가 될 수 있었던 내용을 스토리로 전개해내 현실감 있다. 잘나가던 대학 강사였지만, 제어할 수 없는 성에 대한 탐닉으로 3류 강사로 전락해버리고 마는 필립. 그는 철저하게 외부와 단절하고 철학서를 탐독함으로 자가 치료됐다고 믿게 된다. 이제 그가 하고 싶은 일은 치료사. 그런 그에게 예전에 그의 치료사였던 줄리어스가 찾아온다. 흑색종에 걸려 남은 생은 1년여뿐인 그가 필립을 찾게 된 이유는 치료당시 필립은 자신이 가장 싫어했던 환자이기 때문이다. 죽기 전에 다시 한번 그를 위한 기회를 얻게 된 줄리어스. 자신이 아끼는 집단치료에 그를 합류시키게 되는데.

6명의 구성원이 집단치료 안에서 쌍방향으로 하게 되는 대화와 쇼펜하우어의 생애가 접목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살다보면 ‘뭐 저런 게 다 있어! 안보면 그만이지.’해도 그런 사람은 꼭 다시 만나게 된다. 피하지 말고, 혼자서 분개하지 말고, ‘지금 여기’에서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을 말하는 것. 그리고 상대방의 말에 적절한 피드백을 주는 것. 어떻게? 냉철하지만 삶의 정수를 터득하고 있는 필립과 애정 어린 시선과 마음을 가진 휴머니스트 줄리어스가 그 비법을 말하고 있다.

<서용석 책전문기자 modernsight@naver.com>

2008-05-14 10:11:32
121.161.175.28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