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검사에서 전업주부, 다시 법학자 되어 헌법 변론
 꺄르르
 2008-05-13 15:43:34  |   조회: 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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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데일리]남을 비판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남을 비판한 그 잣대로 내가 비판받으리라는 것을 꼭 성경의 가르침이 아니더라도 날마다 일상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진리다. 그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법조계의 허물을 들춰내며 헌법 정신을 얘기하는 법학자가 있다.


법의 탈을 쓴 폭력이 지배하였던 한국 사회에서 고통 받는 약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최소한 자기가 감옥에 가는 것은 피할 수 있는 변호사라는 직업만 갖게 되면, 두려움의 원천이었던 ‘시범 케이스’와 ‘연대 책임’의 망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 같아 법조계로 들어섰다는 한동대 교수 김두식. 그가 쓴 헌법의 풍경[2004. 교양인]은 법에 관한 쓴 소리와 인간적인 냄새가 같이 하는 교양서다.


그는 학교 폭력, 권위주의적 사회 분위기, 폭력으로 점철된 역사가 법률가의 길로 인도하였다고 고백하면서 법이 추구해야 하는 정의를 강조한다. 법이 국가를 통제하기 위한 도구고 법률가들은 바로 그 법이 올바로 기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데, 국가를 통제해야 할 법을 운용하는 사람들이 시민의 이익대신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게 되었을 때 사회의 정이ㅡ가 무너지게 된다고 충고를 한다.


그래서 국가 사랑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몇 배 더 중요한 것이 국가를 ‘통제’하는 일임을 강조한다. 국가는 언제든지 괴물이 되어 그 폭력화된 권력을 휘두를 수 있기에 시민들이 법을 잘 알아 국가를 통제하는 주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에 대한 반성없이 더 나은 미래는 만들 수 없기에 정직한 반성과 공개만이 지난 날 잘못을 다시 저지르지 않을 수 있다고 법조계에 일침을 가한다. 헌법과 법률이 권력 통제라는 제 기능을 하도록 도와야 하는 법률가들이 지난 날 본래 소명을 저버린 채 자기 집단과 권력자를 옹호하는데 지식과 능력을 악용한 아픈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반인들이 갖는 법에 대한 거리감과 두려움을 줄이려고 자기 경험을 곁들이며 법이야기를 푼다. 검사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가서 처음 두 해 동안은 특수교육을 하는 아내 뒷바라지를 하며 가사를 전담하였던 지은이는 솔직하게 자기 반성부터 한다.


특권과 특권의식은 가랑비처럼 소리 없이 그들의 삶 속에 젖어들었습니다. 저도, 저의 동료들도 그렇게 서서히 변화해 갔습니다. 누구는 빌딩 한 채를 제안 받았다고 했고, 누구는 최소한 10억을 지참금으로 보낼 거라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 동안 우리 머리에는 ‘우리는 얼마짜리’라는 생각이 자라나고 있음을 깨닫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주변에는 하나 둘, 신부감을 설명할 때 ‘신부가 어떤 사람인지’를 이야기하는 대신, 묻지도 않은 ‘신부 아버지의 신분과 직업’을 이야기하는 연수생들이 늘어갔습니다. - 책에서


법조계 내부의 논리와 기대를 충족시키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일반 시민들이 기대하는 법률가의 모습에서 멀어지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꼬집는다. 법률가가 되면 모든 것을 소유하는 시스템이 존재하는 이면에는 법률가를 구하지 못하여 고통 받는 일반인들의 설움이 자리 잡고 있다고 얘기하며 권력 있는 곳에 돈이 꼬이듯 뇌물에 대한 기억도 적는다.


돈 인줄 모르고 받았던 봉투의 정체를 안 그날 밤에는 상당한 갈등이 있었습니다. 돈을 받을 거 냐 말 거냐 하는 고민은 물론 아니었고, 그 사람을 뇌물 공여로 잡아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고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를 잡아넣는 순간 여기저기 시끄러워지고, 제가 무슨 ‘똘아이’처럼 검찰청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피로가 느껴졌습니다.…(중략)…돈을 돌려줬지만 그를 잡아넣지 못한 저는 이미 검사를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지요. 남들 다 받는데 혼자 안 받겠다고 고집 부릴 수 없는 정말 곤란한 분위기에서 저도 단 한 번 봉투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30만 원이 들어 있는 봉투였습니다. - 책에서


법조계 개혁도 이루어지고 있고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법이 생활 속으로 가깝게 들어오고 있다. 실제로 법이 우리의 삶을 보호하고 사람답게 살도록 도와주는가?

더 이상 특권을 누리는 계층이 아니라 변호사 자격증을 잠시 맡아 시민에게 봉사하는 청지기들. 검사는 국가를 대표하여 범죄자와 싸움을 벌이는 존재이고, 판사는 법리에 의해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하는 고독한 존재라는 지은이의 말을 여러모로 곱씹어본다.

[시민기자 이인 specialin@hanmail.net]

2008-05-13 15:4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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