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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보고 죽어야 할 세상 - 정글, 그리고 사람
 이이나
 2008-05-12 13:25:04  |   조회: 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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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천''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아마 학창시절에 교과서를 통해서 배웠던 <황소개구리와 우리말>이라는 글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어떤 사회현상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때, 생물학적인 지식을 이용해서 적절한 비유로 알기쉽게 설명하는 글솜씨를 보고있노라면 이또한 과학자의 특권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며 부러워지기도 한다.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과학 읽어주는 여자>,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와 같은 책들은 ''과학의 대중화''라는 기치 아래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되곤 했다. 나 또한 교복입던 학창시절에 학교에서 소개하는 필독서 목록에 꼭 한권 이상은 포함되 어 있는 이런 종류의 책들을 한 번 이상은 읽었던 기억이 난다.
 교복을 입던 시절이 어느덧 지나가고, 이제는 그야말로 자율적인 ''책 선택권''이 주어졌다. 수능과 논술에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니라 본인이 읽고 싶은 책을 과감하게 읽어도 되는 시기가 도래했다고나 할까. 그래서 한동안 과학과 조금이라도 연관된 책은 접해보지도 않고 역사, 문화, 미술 혹은 문학과 관련된 책들만 편식했다. 이런 내가 도서관에서 최재천 씨의 <열대예찬>이라는 책을 발견한 것은 어찌보면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고마운 ''인연''이었다. 그만큼 <열대예찬>은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개하고픈 그런 책이었기 때문이다.

   인물사진    

사람좋은 미소를 얼굴가득 띄우고 있는 <열대예찬>의 글쓴이 최재천 교수는, ''통섭''이라는 단어를 스스로 실천하는 작가인 것 같다. ''통섭''이라는 단어는 최재천 교수가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 소개하기 시작한 개념이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만남을 상징하는 단어라고 하면 적절할지는 모르겠으나 전혀 공통점이 없어보이고 완전히 상반되어 보이는 학문의 분야들을 연결한다는 의미로 쓰이는 단어라고 보면 무리가 없을 것 이다.
<열대예찬>에서도, 멀게만 느껴지는 생물학, 동물행동학 등을 쉬운 문장으로 유쾌하게 풀어내는 글솜씨를 마음껏 느낄 수 있어서 이또한 ''통섭''이 아닌가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매력은 과학만 맛볼 수 있는게 아니라 사회현상에 대한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사회현상과 과학의 통섭의 현장을 볼 수 있다는 말로 정리할 수 있겠다.


다문화가정이 늘어나는 요즈음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는 어떤 것이 있을까?
''나는 우리 민족이 애써 순수혈통을 주장하여 얻는 게 과연 무엇일까 가끔 생각해본다. 순수혈통을 가진 줄로 착각한 나머지 엄청나게 배타적이다.(214쪽)''
작가는 ''섞여야 아름답다''고 단언한다. 자연도 똑같은 개체를 복제하여 그들의 자손을 늘려가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를 섞어서 유전적으로 다양한 자손들을 낳으며 번식하는 과정을 겪으며 진화해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하지만 작가의 이런 의견은 단지 자연에 대한 관점을 표명하는 것이 아니라 입양을 꺼려하는 요즘의 세태라든지 외국인에 대한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혀있는 우리에게도 일침을 가하는 따끔한 비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과학자를 가장한 문학청년
<열대예찬>의 매력은 바로 작가의 진솔한 글투에서 묻어나온다. 정신없이 곤충과 동물들을 관찰하다가 정글에서 길을 헤맸던 이야기, 자신이 과학을 하지 않았더라면 모던댄스를 전공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작가는 춤추는 것을 좋아한다고 스스로 밝혔다. 사실 땀을 뻘뻘 흘려가며 열심히 몸을 흔드는 작가의 모습이 잘 상상되지는 않는다.), 학생시절에 참가했던 백일장에서 제출한 글이 칭찬을 받았던 이야기 등 왠지 권위적일 듯한 ''교수님''의 이미지를 벗어나서 장난꾸러기같은 면모를 선보이기도 한다. 물론 학문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빼놓지 않는다. 그야말로 자신의 본분을 지키는 팔방미인이라고 할까. ''원래 과학 Wissenschaft 이란 고대의 시 poetry로부터 탄생하지 않았던가? 언젠가는 내가 과학을 시로 쓰리라.(283쪽)'' 이런 그의 다짐 덕분에 그의 글을 읽을 수 있는 행복을 독자들이 누릴 수 있나보다. 작가는, 마치 과학자를 가장한 장난끼 가득한 문학청년같다.

''꼭 보고 죽어야 할 세상이 그곳에 있다(219쪽)''
작가가 정글에서 겪었던 아찔한 에피소드들에 푹 빠져들다 보면 정글이라는 곳에 대해서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다. 그곳은 과연 어떤 곳일까. 깊숙히 들어가면 주변이 침침하게 보일정도로 나무들이 우거지고 여기저기서 동물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 영화나 만화에서나 보던 ''정글''이라는 곳을 누비고 다니며 겪을 일들을 <열대예찬>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지만 언젠가 정글여행을 꿈꾸는 독자가 생겨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정글이란 곳이 비록 당장 떠나자고 마음먹었다고 해서 금방 갈 수 있는 곳은 아닐테지만 작가의 말처럼 죽기전에 ''꼭 보고 죽어야 할 세상''이라면, 반드시 일생에 있어서 한번은 가봐야할 것만 같다. 작가가 제목에서부터 ''예찬''이라는 단어를 붙일 정도로 애정을 가진 정글이라는 곳에서 숨 한번 크게 들이내쉬고 싶다.

 인간의 것이 아닌 온전한 자연 그자체인 정글과 그 앞에서는 한없이 작은 존재인 사람의 만남을 생생히 중계하는 이 책을 통해서 생명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이라도 새로운 자극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작가가 의도한 바가 아니었나 한다.

2008-05-12 13:2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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