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신간) 재미있는 브리태니커 도전기
 이동환
 2008-03-17 00:50:05  |   조회: 851
첨부파일 : -
 

[북데일리]

백과사전 중의 최고봉으로 인정받고 있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가끔 다른 집에 가보면, 책장의 가장 중심이 되는 위치에 가죽장정으로 멋진 모습의 브리태니커를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러면 괜스레 부러워진다. 물론 책장에 있다고 자주 보는 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책의 주인이 뭔가 지적인 사람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책의 주인이 얼마만큼을 읽어봤는지가 의문이다. 아마 내가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 활용성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 책을 A부터 Z까지 모두 읽은 사람이 있고,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책을 썼다고 하니, 호기심 많은 나를 유혹하는 책이다.


어쩌면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시도한 사람의 이름은 바로 ‘A.J. 제이콥스’라는 잡지사 편집자이다. 자신의 지적인 수준이 점차 내려가는 것에 대한 걱정에서 시작한 것이지만, 그가 선택한 방법은 정말 무모해보인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3만3,000페이지, 6만5,000개 항목, 9,500명의 저자, 2만4,000개의 그림 그리고 모두 다해 4,400만 개의 단어를 수록하고 있는 책이다. 책 한 권의 분량을 300쪽이라고 생각했을 때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단순하게 계산하면 책 110권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그런데 작은 글씨에 세 줄로 나누어져 있어 실제적으로는 훨씬 더 많은 권수로 환산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모든 지식을 다루고 있다 보니, 아주 전문적인 부분도 있다. 그 부분까지 생각한다면 이를 완독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1년에 걸쳐 하루 5시간을 투자하면서 브리태니커를 다 읽고 이에 대한 책을 썼다니...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김영사.2007년)이 바로 그 책이다.


저자인 A.J. 제이콥스는 아이비리그인 브라운 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에스콰이어』지의 편집자로 일하면서 『뉴욕타임즈』 등에 기고하는 사람이다. 일단 그의 학력이나 경력에서 보면 그는 매우 지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조상 중에는 18세기의 천재 유대학자도 있었으며. 아버지는 법률 논문의 각주 수에 있어서 기네스 기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또한 그의 손위 처남은 하버드를 졸업하고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이라는 미국 외교관 시험에 합격하지만, 수석을 하기 위해 그 다음해에 다시 시험을 치룬 사람이다. 물론 그는 수석합격을 했다고 한다. 이런 주변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지적 능력이 왜소해짐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 무모한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브리태니커를 읽어가면서 저자는 좀 더 빨리 읽고 싶은 마음에서 속독법 강의를 듣는다. 그러나 효과는 없었다. 또 자신이 읽은 내용들을 기억에 담아두고자 역시 기억력 강화를 위한 강의를 듣지만 역시 실패한다. 게다가 그는 자신이 그동안 브리태니커를 읽음으로써 향상된 지식을 테스트하고자 TV 퀴즈 프로그램에 출전하지만, 참담한 실패로 끝난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은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아주 유머러스게 표현하고 있는 그의 글솜씨에  실실 웃음이 날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성공했다면 독자들은 어쩌면 그를 질투할 수도 있었겠지만,  참담한 실패에 차라리 그를 동정하게 된다.


A.J. 제이콥스 외에도 브리태니커를 완독한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조지 버나도 쇼는 대영박물관에 비치된 브리태니커 9판을 완독 했고,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만도 완독했다고 한다. 작가인 C.S. 포리스터는 두 번을 읽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A.J. 제이콥스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자신의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열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참수당해야 한다’라고 말하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적고 있다. “브리태니커는 목이 댕겅 날아간 사람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 귀족이면 더욱 좋다. 나는 브리태니커를 읽을 때 ‘프랑스 혁명가’라는 말로 시작되는 항목을 만나면 그 사람이 몇 살에 단두대에 올랐는지 알아맞히면서 논다.” 저자의 표현이 아주 재미있다.


일곱 번째는 ‘거세를 한다’이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를 한 번 보자. “정말 몸 바칠 의향이 있다면 이력서에 ‘거세되었음’이라고 적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남성 호르몬의 주 공급원을 읽는다 해서 힘까지 잃어버리는 건 아니니까 절망하지 말자. 오히려 반대다. 아마도 보상작용이겠지만 거세당한 남성들 가운데 상당수가 과거 역사에서 패권을 움켜쥐었다. 기원전 4세기의 페르시아 재상 바고아스를 보라, 군대를 이끌고 이집트를 정벌하고, 신전을 약탈하고, 떼돈을 벌고, 왕을 죽이고, 왕자들을 죽이고, 제 손으로 임명한 새 통치자를 독살하려 하다가, 그 독을 제가 마시게 되었다. 음, 잘나가는 동안에는 괜찮았다.” 끔찍한 일이지만 역시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저자의 글쓰기 솜씨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이외에도 많다.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을 읽는 것과 같이 읽으면서 정말 깔깔 거리며 웃었다. 두 책의 공통점이 여러 가지이다.  ‘애팔래치아 트레일 도전’과 ‘브리태니커 읽기’는 둘 다  무모한 도전이었다. 그리고 두 책은 모두 아주 재미있다는 것이다. 전철이나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절대로 읽어서는 안 되는 책이다. 터져나는 웃음 때문에 아마 주위에서 정신이상자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다른 점은 A.J.제이콥스는 성공했고, 빌 브라이슨은 중도에 포기한 것이 다를 뿐이다.


이 책은 분량에 있어서는 브리태니커 하고 비교가 안 되지만, 이 책도 660쪽이나 되는 책이다. 그러나 저자의 글 솜씨는 독자들은 전혀 지루하지 않게 한다. 처음에는 ‘이 책 언제 다 읽나?’하고 시작을 했건만, 다 읽고 나니, 이후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진다. 책 속에서 저자가 아이를 낳고 싶어 안달을 하는 장면이 수없이 나오고, 나중에 아내는 임신을 한다. 지금은 아마 애기가 4살은 되었을 텐데, 많은 부분이 궁금하다.


그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제이콥스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건 시작일 뿐이다. 나는 이 목표를 이룬 다음에 무언가 더욱 인상적인 것을 정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브리태니커 한국판의 가격이 얼마인지 인터넷 서점에서 찾아보니, 할인 가격이 9십8만 원이다. 혹시라도 가격이 싸다면(?)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도 날 수 있지만, 일단 가격도 부담이 된다. 물론 제일 큰 부담은 분량이지만 말이다. 나는 이 책을 읽은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책전문기자 이동환 eehwan@naver.com]

2008-03-17 00: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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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지현 2008-03-22 07:24:43
저두 책 궁금했는데 ㅎㅎ 재미있을 것 같네요~

김민영 2008-03-17 22:12:45
점점 재미있어 지는 서평, 기다려집니다 늘.^^

신주연 2008-03-17 10:45:55
이 책 군긍했는데. 이렇게 기사로 보니 반갑습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