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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과 매혹의 고고학
 제갈지현
 2008-03-14 23:09:09  |   조회: 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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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고고학 - 고대 세계를 연구하는 학문.

(고대의 유물과 유적을 발굴해 이를 근거로 사라지거나 잊혀진 과거를 재창조하고 해석해 내는 학문)

 

18c 초에 출발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고고학은 수많은 성과와 발전을 이루어왔다. 삽과 곡괭이만으로 무식하게 첫발을 떼어놓았던 고고학은 그동안 잠수 기술과 공중 촬영술의 발달, 나아가 현대 물리학이 거둔 쾌거 가운데 하나인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에 힘입어 천군만마를 얻은 듯 쾌속 질주해왔다.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는 왕성한 지식욕과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어 오로지 두 다리와 직관에만 의지한 채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면서까지 머나먼 미지의 땅을 찾아 자신들이 발견한 진기하고도 경이로운 광경을 그림으로, 또는 글로 담아 가지고 돌아온 선구자들의 배포와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의 일반인에게 고고학이 알려진 건 유물이나 유적을 밀반입 하는 밀수범들 때문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스나 신문과 같은 언론의 대대적 보도때문에 관심이 커졌다가, 뉴스가 잊혀질 즈음이면 으례 관심 밖이 되는 것이다. 반면, 세계적으로 고고학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학문이란 이유로 로마와 같은 유물과 유적이 많은 나라에선 큰 수입원이 되기도 한다.

 

특히, <낭만적인 고고학 산책>(대원사,2002)은 고고학 서적으론 예상외의 인기를 얻었다. 저자인 C. W. 쎄람은 고고학의 학문을 알리기 위해 쉽고, 재미있게 사람에 초점을 맞춘 고고학을 선보였다. 1949년에 쓴 이책이 일반인에게 고고학의 명저가 된 데엔 학문적 접근만이 책의 전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근 그의 또 다른 저서가 랜덤하우스 코리아에서 출판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제목은 <몽상과 매혹의 고고학>.

 

고대 세계가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변천 과정을 거쳤는지, 나아가 지금은 또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의 중심 주제다. 자세히 설명하면, 수메르에서부터 바빌로니아, 아시리아, 크레타, 그리스, 로마를 거쳐 우리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문화적 연속성을 추적하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고고학전체의 그림을 그리기보다 사실들을 있는 그대로 제시하고 있다.

 

원 제목에서 알 수 있듯 <A Picture History of Archaeology>은 그림과 사진으로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다.  설명만으론 어렵고, 지겨운 내용들일지라도 사진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고고학으로의 입문을 즐겁게 해준다.

 

인상깊은 부분을 살펴보면 ''가장 잘 보존된 미라''였다. 이집트 미라의 보존여부를 두고 해부학자와 고고학자마다 각기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해부학자 스미스 박사는 자신이 검시했던 수많은 미라 가운데 느시타네바슈루 공주를 가장 잘 보존된 미라로 지목했다. 그는 미라를 의자에 앉히고 대기시켜둔 마차에 태워 카이로 근처 요양소로 향했다. 마라를 훼손하지 않고 X-레이를 찍어 그 안을 들여보기 위해서였다.



1903년 당시 스미스 박사는 최초로 미라를 훼손하지 않고 안을 들여다 본 인물이되었다. 공주는 이미 피부는 말라 비틀어져 가죽만 남았지만, 관찰 결과 생전의 여성이 매우 음탕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추론을 혐오하였고, 이러한 문제는 역사가의 몫으로 남았다.

 

저자의 말인 프롤로그에서 책의 매력을 확신할 수 있다.

"고대 세계를 연구하는 학문으로서 그 중요성을 널리 인정받는 고고학은, 발굴자의 삽 아래 모습을 드러내는 표면적인 증거, 즉 발굴보다 훨씬 많은 것을 포괄한다. 발굴에 이어 그보다 훨씬 중요한 과정인 해석 작업이 뒤따르는 것이다. 해석을 하는 과정에서 문명만이 해낼 수 있는 과거의 재창조가 이루어진다.

좀더 범위를 넓혀 고고학을 단지 발굴만이 아니라 예증 자료를 제시하는 복합 과학으로 바라볼 경우 매력적인 사진들을 풍부하게 찾아낼 수 있다. 나는 과학자가 아니라 작가이며, 따라서 과학적인 논리 전개가 필요할 때도 ''실체는 감수성을 통해 드러난다''는 글쓰기 원칙을 충실하 게 따라왔다" 

 

예민한 감수성과 상상력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는 늘 낭만적이다. 위대한 역사가 테오도르 몸젠의 말은 아직도 지적 탐험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의 심장을 고동치게 한다.
“상상력은 시의 어머니이기도 하지만 역사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제갈지현 책 전문기자 galji@naver.com]

2008-03-14 23: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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