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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소설의 옷을 입은 애절한 러브 스토리!
 주성식
 2008-03-13 17:44:06  |   조회: 812
첨부파일 : -



[북데일리]<신조협려>(김영사. 2005)

''신조협려'' - 신조협 양과와 소용녀의 애틋한 사랑이야기  
 신조협려(神雕俠侶)는 김용(金庸) 선생이 1959년에 집필한 무협소설로 1957년에 발표한 ''사조영웅전''의 다음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중반 고려원에서 사조삼부곡 시리즈인 사조영웅전-신조협려-의천도룡기가  ''영웅문'' 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었다. 당시 영웅문의 인기는 상당했었던 것 같다.  또래의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주변 친구 몇몇은 영웅문에 매료되어 밤낮 가리지 않고 수업시간에조차 이 책에 매달려 있기도 했다. ''영웅문'',''몽고'',''중원'',''영웅'',''고려원'' 이라는 키워드들과 등장인물들의 일러스트가 한 페이지의 반을 차지하고 있었던 당시의 신문 광고도 아직 생생하게 기억난다. 해적판으로 출판되었던 고려원의 영웅문 덕분에 신조협려는 ''영웅문 2부''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사조삼부곡은 최근 김영사의 정식계약에 의해 2003년에 사조영웅전, 2005년에 신조협려, 2007년 가을에는 의천도룡기가 완간되었다.

신조협려의 세 가지 재미
 
 첫째로, 신조협려의 가장 큰 재미는 너무도 순수한 두 사람, 양과와 소용녀의 러브 스토리라고 생각 된다. 양과와 소용녀는 사제지간 이라는 세속적인 벽에 부딪히며 서로 사랑을 키워나간다. 지고지순(至高至順) 하다고 밖에 표현 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의 마음과 믿음은 오히려 그 둘을 계속하여 헤어지게 만든다. 이들을 바라 보는 독자는 안타깝고 당황스럽다. 이야기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몽고의 송나라 침략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중원의 패권을 노리는 고수들의 등장은 어떻게 보면 그들의 사랑을 돋보이게 하는 장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신조협려는 마치 양과와 소용녀의 ''정''과 ''사랑''이라는 감정의 흐름 사이에서 스토리가 전개 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너를 위해 나를 버리는 그들의 사랑 속에서 독자는 애틋함을 넘어서 답답함과 안타까움이라는 ''책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신조협려는 마치 무협소설의 옷을 입은 로맨스 소설 같다. 이 소설에서 애절한 사랑 이야기는 비단 양과와 소용녀의 전유물이 아니다. 임조영과 왕중양, 이막수와 육전원, 영고와 주백통, 일등대사 등도 모두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다. 특히 잔인무도한 성격의 이막수가 즐겨 부르는 노래 ''안구사''는 소설 속의 이야기 전체를 의미심장하게 요약하고 있는 곡이다. 그녀의 잔혹함은 지독한 그리움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

세상 사람들에게 묻노니,
정이란 무엇이길래 생사를 가름하게 하는가?
천지간을 가로지르는 새야!
너희들은 지친 날개 위로 추위와 더위를 몇 번이나 겪었느냐

만남의 기쁨과 이별의 고통 속에
헤매는 어리석은 여인이 있었네.
님께서 말이나 하련만,

아득한 만리에 구름만 첩첩이 보이고......
해가 지고 온 산에 눈 내리면
외로운 그림자 누굴 찾아 날아갈꼬.

- 안구사(雁丘詞) - 원호문(元好問, 1190~1257)의 매피당(邁陂塘) 中 -


 신조협려를 읽는 두 번째 재미는 전작 사조영웅전의 주인공 곽정과 신조협려의 주인공 양과가 전혀 다른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조영웅전에서 독자들을 곽정의 팬으로 만들어 놓은 작가는 이번엔 전혀 다른 캐릭터인 양과를 선보인다. 똑똑하진 못하지만 우직한 성격에 의(義)와 충(忠), 예(禮)를 중시하는 대쪽 같은 성품의 곽정과 영특한 머리와 재능을 가졌음에도 대의(大義) 보다는 - 나라야 어떻게 되든 - 자기 자신의 사랑과 행복에 더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양과의 캐릭터가 서로 교차하는 장면들이 대조된다. 독자는 때로는 곽정의 편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양과의 편이 되기도 하면서 충분히 매력적인 두 캐릭터 사이를 방황하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
 
 사조영웅전의 곽정은 앞으로 어떤 액션을 취할지 어느 정도 예측이 되는 캐릭터인 반면, 신조협려의 양과는 예측불허의 캐릭터였다. 그의 뛰어난 지략과 영특함은 독자를 웃기고 울린다. 개인적으로 곽정의 성품은 사조영웅전에서 보다 오히려 신조협려에서 더 명확해 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대몽항쟁을 위해 전력을 쏟는 모습이나 양과의 아버지 양강의 죽음에 대해 당연하게 양과에게 이야기 하는 모습, 납치된 제자와 부하들을 구하기 위해 몽고 진영에 혈혈단신 뛰어들어가 그들의 옹졸함을 꾸짖는 모습, 자신을 해하려 한 양과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위로하는 모습, 양과의 오른팔을 베어 외팔이로 만들어 버린 자신의 딸 곽부를 꾸짖고 딸의 팔을 자르려고 한 장면들이 그러하다. 양과는 이러한 곽정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버지의 원수로 여기고 해하려고 마음먹고 있던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게 된다.

 셋째로, 신조협려의 캐릭터들은 살아 숨쉬는 생동감을 가지고 있다. 신조협려의 캐릭터들은 몽고가 그 위세를 천하에 떨치던 송나라 말기에 살고 있다. 안으로는 절대 무공을 쫒는 무림의 고수들의 이야기가 있고 밖으로는 조국인 송나라를 넘보는 몽고인들이 침략이 진행되고 있다. 뚜렷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다양한 성품을 가진 소설 속 등장인물은 역사적 실존 인물들과 관계를 맺으며 성장해 나간다. 허구의 캐릭터인 이막수는 원호문의 ''안구사''를 노래하고, 양과는 왕중양이 세운 종암산 전진교에 들어가 제자가 되기도 한다.  전진교의 실존 인물 구처기의 시를 새긴 비석을 곽정이 내리쳐 깨트리는 장면 등장하기도 한다. 작가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들에게 역사적 인물들 혹은 행적들에 일종의 관계를 맺어 주면서 소설 속 캐릭터들의 생명력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오랫만에 책장이 넘어가는 것을 아쉬워 하면서 읽은 책이었다. 우연히 접한 소식 - KBS 책을 말하다 275회 - 에 의하면 김용 선생님은 현재 모 대학의 박사논문을 준비 중 이시라고 한다. 여든살이 넘은 김용 선생님의 열정이 존경스럽다. 선생님께서 다시 한번 펜을 들어 더 좋은 작품을 하나 선물해 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희망을 가져 본다.
 
끝으로, 2007년에 KBS ''TV 책을 말하다''에 김용선생과 인터뷰한 내용이 나왔는데, 많은 사람들이 관심있어 할 내용이라서 옮겨 봅니다.

"어느 인물의 무공이 제일 이라고 생각 하십니까?"의 질문에 "양과의 무공이 가장 강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2007.11.14 : 무협 , 삼류의 경계를 허물다


[주성식 시민기자 liks79@gmail.com]

ps : 신조협려 8권 셋트 이미지 출처 - yes24

2008-03-13 17: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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