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신간]박재동이 사랑한, 세상의 모든 것들
 제갈지현
 2008-03-12 19:15:26  |   조회: 744
첨부파일 : -



[북데일리]

만화가 강풀이 박재동 화백 이야기로 입을 열었다.

박재동 선생님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갖고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야 누구나 갖고 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갖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지금 당장 자기에게 필요한 것만 바라보는 눈을 가지고 산다.

선생님의 눈은 그 외의 것, 말하자면 나 아닌 다른 사람, 내 주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잊고 있었던 내 주변의 모습이. 그래서 그 안에 살고 있는 내 모습이. 다른 사람의 모습에서 나를.

그래서 다른 사람도 나와 다르지 않음을.

 

박재동 주변의 모습은 신작 <인생만화>(열림원,2008)에서 낱낱이 볼 수 있다. 사촌동생, 할머니 등의 가족을 포함해서 고향친구까지. 실명을 거론하며 그들의 삶을 조근조근 이야기한다. 그림을 곁들여 그들이 어떤 생각과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까지 한눈에 들어오게 해준다.

 

내 주변에 있는 실제 인물들이 아니지만, 마치 내가 알고 있는 사람처럼 그들의 존재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나의 할머니, 나의 사촌, 우리동네 떡볶이 아주머니와 <인생만화> 속 주인공들과는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자식이나 손자를 위해서 한 평생 사시곤, 지금도 바쁘게 지내시는 할머니들. 경제고민으로 하고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는 친구들. 그리고 젊은이들이 힘들어 하는 한국사회.

 

주변 인물부터 시작된 인물 탐색은 결국 마지막엔 사회문제까지 이야기한다. 친근하게 다가서서 어김없이 치명타를 날리는 박재동만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주변인물에 대한 사랑스러운 시선과 사회를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은 대비되며 효과가 배가된다.



<내 이름은 오신남>

내 사무실 가는 길

양재역 7번 출구로 나오면

식사 시간이 어중간할 때

내가 자주 오뎅을 사 먹는 길가 매점이 있는데

                     거기 아줌마가 아주 걸찬 여걸이다.                                

가끔 막걸리를 마시다 내가 지나가면

만화가 선생님 한잔하라고 권한다.

남 도와주기 좋아하는 아줌마.

자기는 마음이 하얀 사람이라서

"난 가슴에 하얀 박꽃을 안고 사는 사람이야.

가슴을 딸 수 있으면 따서 보여주고 싶다니까."

 

 

<특별한 추석>

(중략)

이번 추석은 좀 특별한 추석이다.

마을회관에서 ''우리 고향 모래골 지키기 추석 모임 ''이

뜨겁게 열렸다.

그동안 그린벨트에 묶여 있던 마을에

느닷없이 얼마 전 울산시와 건교부에서

임대주택 1만 호가 들어서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이제 자연과 고향은 사라지게 되었다.

물론 사전에 주민들과의 대화는 전혀 없이

밀실에서 계획되어 주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개발을 하는 쪽에서는 주민들이 그 마을에 대해 얼마나

애착과 긍지를 갖고 있는지는 계산에 넣지 않는다.

주민들을 그저 보상금만 엄청 타내려는 존재로

생각하는 것이다.

모래골 주민들은 보상금을 위해 싸우고 있는것이 아니라

자신의 고향, 즉 자신의 삶에 대한 사랑과 긍지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이다.

(중략)

 

저자의 ''이 머무는 대로'' 손바닥만 한 스케치북에 ''힘을 빼고 천천히'' 담아낸 이 91장의 그림과 이야기들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두 해 동안 <한겨레신문>에 ‘박재동의 스케치’라는 이름으로 연재되었던 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책은 ''가슴 따뜻한 삶의 이야기'' 선물세트이다. 박재동의 시선은 애정으로 충만하고, 글은 가슴 먹먹한 감동을 주며, 그림은 작지만 깊이는 크다. 주변을 바라보는 그의 눈을 보며, 그의 이름 앞에 ''시대 최고 시사만화가''라는 호칭을 붙여주고 싶어졌다.


[제갈지현 책 전문기자 galji@naver.com]

2008-03-12 19:15:26
121.133.224.188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